이재명·윤석열 거론한 RE100·EU택소노미, 도대체 뭐길래
#1
이재명 : RE100에 어떻게 대응하실 거냐
윤석열 : 그게 뭐냐?
#2
이재명 : EU택소노미가 중요한데 원자력 논란이 있다.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것이냐
윤석열 : (중략) EU 뭐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가르쳐 달라.
지난 3일 저녁 지상파 TV 방송으로 생중계 된 대선후보 4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이에 오간 논의 중 일부다. 반응은 엇갈린다.
윤 후보를 겨냥해 장기 국가전략으로 논의되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이 후보가 알기 쉬운 말로 토론에 임하지 않은 채 윤 후보를 곤혹스럽게 하려는 모습이 싫다는 평가도 있다.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전일(3일) 토론회 시청률은 39%다. 논란은 많지만 글로벌 산업·무역 및 에너지 전략의 대전환을 위해 마련된 RE100과 EU택소노미에 대한 인지도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33일 남겨둔 현 시점에서 두 이슈를 다시 정리해본다.
택소노미(Taxonomy)부터 알아보자. 영어사전에 따르면 택소노미는 '생물학적 분류학 체계' 또는 각종의 '분류체계'로 정의된다. 무언가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택소노미다. 일종의 보통명사다.
최근에는 택소노미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EU(유럽연합)에서 녹색활동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 이 분류체계를 'EU 택소노미'(EU Taxonomy)라고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EU 택소노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5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기후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준선을 정했다.
전 지구적 기온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즉 1850년부터 1990년까지의 평균기온보다 2℃ 이하로 막자는 협약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U 역시 '2050년 기후중립'을 장기 목표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산업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EU 택소노미는 기후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한 축이다. 녹색활동으로 규정된 곳에만 그린뉴딜 예산을 투입할 수 잇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EU 택소노미는 △임업 △환경보호 △제조 △에너지 △수자원 및 폐기물 관리 △수송 △건설 및 부동산 △ICT(정보통신기술) △전문적 과학·기술 △금융·보험 △교육 △인적자원 및 사회적 사업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등 13개 분야(Sector)를 아우르는 101개 활동(Activities)을 녹색활동으로 규정했다.
또 각 분야의 활동들이 녹색활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세부 기술적 요건(일정 전기에너지 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량 제한 등) 및 배제요건 등을 규정했다.
EU 택소노미에서 특히 논란이 된 것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녹색활동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였다. 현재의 기술 수준 및 산업계 여건을 감안했을 때 석탄·석유 및 LNG 등 탄소기반 연료에서 완전히 탈피하기 어려우니 원자력발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때문이다.
이에 EU에서도 올 초 그린택소노미 초안을 통해 기존에 판단을 유보했던 LNG 및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수단으로 지난해 말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활동분류체계)를 제정했다. 한국도 2015년 파리협약은 물론이고 지난해 11월 열린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총회)에서 강화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K택소노미에는 △산업, 발전·에너지, 수송, 도시·건물, 농업 등을 아우르는 온실가스 감축,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 순환경제, 오염방지, 생물다양성 등 영역에 걸친 64개 녹색경제활동(녹색부문)과 △중소기업 사업장 온실가스 감축 등 5개 경제활동(전환부문) 등이 포함돼 있다. K택소노미 역시 EU 택소노미와 마찬가지로 개별 활동들이 녹색활동으로 인정되기 위한 세부 기술요건을 두고 있다.
K택소노미는 일단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자력발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게 지난해 말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EU가 원자력발전을 자기네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초안을 내놓으면서 우리 정부도 원자력발전을 K택소노미에 넣을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전일 이 후보의 질문은 원전 중요성을 외치는 윤 후보가 K택소노미 관련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자사 본사 및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선언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의 315개 기업이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주), SKC 등이 2020년에 RE100에 가입한 이후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아모레퍼시픽, KB금융,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증권,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칠성 등이 2021년에 새로 가입해 총 14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다.
RE100 가입 기업들은 최종 목표 달성 시점, 중간 목표 시점 및 달성 목표, 당해 연도 RE100 이행률 등을 매년 공개한다. 이를테면 알파벳(구글)은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4년 연속으로 100% 이행률을 달성했다고 보고했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애플, 아스트라제네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61개사가 100% 이행률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이행률은 더딘 편이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이행률 60%, 2040년까지 이행률 90%의 중간 목표를 세웠지만 2020년 기준 이행률은 0%라고 지난해 연간 RE100 보고서에 기재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간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20년 기준 이행률이 33%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RE100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RE100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최대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애플만 하더라도 자사 브랜드의 컴퓨터,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에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부품만 쓰겠다고 선언한 점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이행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데서 비롯된다. 재생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생산되는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은 이같은 여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된다.
RE100이 발간한 '2021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RE100 회원사들이 RE100 이행이 어려운 나라로 한국을 첫 번째로 꼽았다. 불만 제기 건수가 무려 27건으로 일본(24건) 중국(22건) 싱가포르(21건) 아르헨티나 및 러시아 연방(각 18건) 등에 비해서도 RE100을 하기가 어려운 나라로 지목된 것이다. 재생에너지 조달 옵션이 심각한 수준으로 부족한 데다 규제, 비용 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충하지 않을 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그만큼 불리한 여건에 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은 그간 숱하게 민간에서 지적돼 온 바 있다.
수소생산 방식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은 3가지로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천연가스 등에서 수소를 추출하되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CO2) 등을 포집하는 장치를 활용하는 블루 수소 △온실가스 포집장치를 활용하지 않는 그레이수소 등이 대표적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그린수소만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려 했다가 블루수소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외에도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고 수송,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파생될 수 있다. 이미 K택소노미는 수소전기차,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들을 포함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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