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엑스포 희망 보다 <중> 경쟁도시 리야드 가보니

정유선 기자 2022. 2. 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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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오일' 관광대국 꿈꾸는 사우디, 인프라 구축 사활

- 상업·편의시설 부산에 못 미쳐
- 엑스포 유치 시민 관심도 미미

- 사우디정부는 관광에 큰 의지
- 엑스포 연계 새로운 비전 준비
- 5000억弗 투입 메가시티 건설
- 90개 섬에 고급휴양지 등 추진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중동의 맏형, 중동의 유일한 G20 국가인 사우디의 수도지만 대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사막 도시의 황량함이 느껴졌다.

아랍에미리트 2020두바이엑스포 전시장 사우디아라비아관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사우디의 주요 도시의 모습을 담은 미디어아트를 관람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리야드를 조금만 벗어나도 시내 외곽은 두드러진 빌딩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먼지로 뒤덮인 차들과 곳곳에 공사 중인 건물과 도로들만 눈에 띄었다. 화려한 빌딩숲을 이뤘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확연히 비교가 됐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과 경쟁하는 도시지만 대중교통이나 상업시설, 편의시설 등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사우디 최초의 광역 대중교통 시스템인 리야드 메트로는 지금 한창 건설 중이다. 총연장 176㎞, 6개 노선으로 건설 중인 리야드 메트로에는 삼성물산 등 한국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시내 풍경. 인구 750만 명의 대도시지만 다소 적막한 느낌이다. 정유선 기자


엑스포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열의도 아직은 낮아 보였다. 리야드 한인회 관계자들은 “두바이 엑스포는 들어봤는데 리야드가 유치 신청을 했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리야드 한인교회에서 10여 년간 목회를 하고 있는 조진웅 목사는 “2030엑스포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면서 “주민 사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곳곳에서 변화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우디 정부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면서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개혁하고 혁신하면서 아라비아의 새로운 번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관광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강하다. 김효석 리야드 한인회장은 “사우디가 최근 석유에서 관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에 세계여성태권도오픈선수권 대회도 치렀고, 2034년 아시안게임도 유치하는 등 국제대회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미래형 첨단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네옴시티 건설은 탄소제로 환경도시이자 새로운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50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서울의 44배 넓이인 2만6500㎢에 친환경에너지 첨단기술 융합 메가시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리야드 인근 홍해 쪽에는 대규모 관광 위락도시인 키디야 도시가 건설된다. 홍해 해상에 90개 이상의 섬, 총면적 2만8000㎢를 활용해 고급 휴양레저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2031년까지 테마파크, 스포츠시설, 자동차 경주장 등을 건설해 세계에서 가장 큰 관광·레저 도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 키디야 같은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 10대 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리야드의 모든 사업은 2030년을 향하고 있는데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이런 비전과 일치한다. 사우디는 2030엑스포 유치를 관광대국으로 가는 기폭제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에서 2030엑스포와 관련해 “사우디는 관광 분야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홍해 일대는 관광 자원이 풍부한데 관광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므로 2030년까지 경제 규모의 상당 부분을 관광에 의존하는 관광대국이 되고자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엑스포 유치 신청 당시 리야드 시티 왕립위원회의 파드 알 라시드 CEO가 “2030 엑스포는 ‘사우디 비전 2030’ 대관식의 해와 일치하며, 비전의 업적을 보여줄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활한 부지, 왕실의 전폭적 지원에 더해 이슬람 교역과 문화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은 무시 못할 강점이다. 역사적으로 수천 년간 아프리카 아시아 및 유럽 사이의 교차로에서 무역과 문화 교류의 중심에 있었다. 또 메카와 메디나는 세계 20억 명의 무슬림을 위한 영적 중심지이기도 하다.

사우디는 이번에 ‘변화의 시대, 예측할 수 있는 미래로 이끄는 지구’라는 주제를 내놨다. 사우디 왕실이 축적된 오일머니를 집중 투자해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에 성공하고 에너지 전환의 비전을 보여줄지, 그것으로 인프라 미흡이라는 약점을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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