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동네 병원 늑장 공지에 검사 받으려던 시민들 '혼선'

민서영·유경선·이홍근·백경열 기자 2022. 2. 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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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코로나 검사체계 첫날

[경향신문]

당초 “343곳”서 200여곳만 참여
재택치료 관리 여부도 확인 안 돼
병원들 “준비 부족” 어려움 호소

코로나19 새 진단·검사 체계가 적용된 3일 동네 병·의원에서도 검사와 치료가 시작됐다. 하지만 새 체계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 명단 공개가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각 지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는 설연휴를 마치고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결과 빨라 기대” “준비기간 부족”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 대기실에 40여명이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모였다. 정부가 이날부터 코로나 검사·치료 체계를 전환하면서 재작년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운영해온 이 병원은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본격적으로 맡게 됐다.

새 검사체계에 따라 이날부터 60세 이상 고위험군은 곧바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안내받고, 나머지 대상은 신속항원검사를 받는다. 선별진료소에선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신속항원검사를 하지만,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선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음압시설과 보호구를 갖추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키트로 피검자의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는 피검자 한 명당 2~3분이면 끝났다. 30분 내에 결과가 나오고 ‘두 줄’이면 양성, ‘한 줄’이면 음성이다. 20대 여성 A씨는 “간단하게 끝나서 좋은 것 같다”며 “결과도 빨리 나온다고 해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선 오전에만 96건의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했고, 이 중 19건이 양성으로 나왔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보통 1~2건 나올까 말까인데 20% 넘게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음성이 나오면 일반 진료·처방 후 귀가하고, 양성의 경우 PCR 검사를 추가 실시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면 재택치료로 전환이 된다.

일부 병원은 짧은 준비기간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종로의 한 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 공문이 오고 금요일에 의료진을 교육하고 명절 지나 오늘이 처음 검사 시행일이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보통 코로나가 의심되면 아직은 병원보다 보건소를 찾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를 준비하고 운영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코로나19 검사·진료에 참여하는 동네 병·의원 명단 공개가 지연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당초 방역당국은 동네 병·의원 343곳이 참여한다고 발표했지만 검사 준비 부족과 검사키트 배송 지연 등으로 실제로는 200여곳만 가동됐다. 현재 공개된 명단으로는 각 참여 병원이 재택치료 관리까지 하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

신속항원검사의 정확성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31일 광주·전남·평택·안성 등 4개 지자체 선별진료소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한 신속항원검사 8만4000건을 시행한 결과 0.8%인 687건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 PCR 검사를 거쳐 최종 양성으로 확인된 건수는 523건(76.1%)이었다. 자가진단키트로 양성이 나온 이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64건(23.9%)은 ‘가짜 양성’이었던 것이다.

■선별진료소선 “키트 사용 수월”

이날 서울 각 지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는 설연휴를 마치고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일찌감치 몰리면서 검사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이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검사키트를 받은 시민은 양손을 소독한 후 위생장갑을 끼고 직접 키트를 개봉했다. 안에 있는 검사용 면봉을 꺼낸 뒤 코만 보이게 마스크를 내리고, 설명서에 적힌 대로 면봉을 1.5㎝ 깊이로 양쪽 콧구멍에 각각 넣어 다섯 차례 문질렀다. 검체 채취가 완료되면 준비된 시약에 열 번 휘젓고, 시약을 키트에 세 방울 떨어뜨렸다. 15분짜리 모래시계로 시간을 잰 뒤 결과를 확인하고, 키트와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를 직원에게 건넨 뒤 퇴장했다. 키트에 시험선(T)과 대조선(C)이 함께 나오면 PCR 검사소로 이동해 PCR 검사를 다시 받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수월하게 검사를 마치고 나왔다. 직장인 고경수씨(26)는 “면봉 길이가 PCR 검사에 비해 짧고 깊게 넣을 필요도 없어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동네병원은…“PCR 안 돼 불편”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병원 외래 접수창구 앞에는 아이와 부모 등 50여명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직원은 “검사 결과가 15분쯤 뒤에 나오게 되는데, 만약 양성일 경우에는 PCR 검사까지 병원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동네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시민들은 접근성이 좋고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알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추가 검사가 불가능한 곳이 있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 이날 대구 상당수 병·의원은 PCR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확인서를 들고 다시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을 방문해야 한다. 또 호흡기전담클리닉의 경우 호흡기 관련 증상이 없으면 검사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체계 전환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역량을 키우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 환자의 대부분이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서다. 이날 서구 한 병원 직원은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검사 비용 약 2만5000원을 따로 낼 수가 있다”면서 “오미크론 변이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단순히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검사를 받기 위해 우리 병원을 찾으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서영·유경선·이홍근·백경열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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