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간 남양유업 매각, 올해도 여전히 안갯속

정유미 기자 입력 2022. 2. 3. 16:23 수정 2022. 2.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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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5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남양유업 제공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불매운동으로 창사이래 최대위기를 맞았다. 홍원식 회장이 사퇴와 함께 회사를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홍 회장은 돌연 매각결렬을 선언했고 한앤코와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홍 회장은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친 가처분 금지소송에서 한앤코에 완패했다.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남양유업 사태를 되짚어봤다.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지난해 5월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앤코에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량 등 경영권 일체(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53.08%)를 3107억원에 넘기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매매계약 거래 종료일(2021년 7월30일 오전 10시)을 넘기면서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SPA) 무효를 선언했다. “(한앤코가)한앤코에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을 위배했고, 거래종결 이전부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는 등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양유업과 한앤코 양측의 법률 대리인이 모두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 소속이었다는 것을 몰랐다”면서 “김앤장의 ‘쌍방대리’가 남양에 불리한 계약을 끌어냈기 때문에 양측의 SPA 체결은 성립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한앤코는 “사실 무근”이라며 대응에 나섰다. 한앤코는 지난해 8월 홍 회장 일가에 대해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며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또 남양유업이 홍 회장 측근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주주총회 개최를 추진하자 한앤코는 지난해 10월 홍 회장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또 승소했다.

홍 회장은 잇따른 패배에도 지난해 11월 “한앤코와 재판에서 승소 후 대유위니아에 회사를 넘기겠다”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앤코를 압박했다. 한앤코는 또다시 대유홀딩스와 맺은 ‘상호협력 이행협약’ 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지난달말 승소하며 총 3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완승했다.

■홍 회장의 매각결렬 선언, 왜?

당초 홍 회장이 계약해제를 선언한 이유는 매각가격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고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홍 회장이 지분 53.08%를 매각하기로 한 금액은 주당 81만원 수준이었지만 매각이 종료될 경우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탓이다. 남양유업 매각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남양유업 주가는 주당 43만9000원으로 훌쩍 뛰었고 지난해 7월1일에는 장중 81만3000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홍 회장은 시간끌기 전략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와 이별을 통보하면서 법률대리인인 LKB를 앞세워 법정 다툼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통상 민사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코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홍 회장은 그러나 지금까지 한앤코가 제기한 3차례 가처분 금지 소송에서 완패했다. 지난해 8월 홍 회장 일가의 주식처분금지와 지난해 10월 홍 회장 측의 의결권 행사 금지, 올 1월 홍 회장의 대유홀딩스와 상호협력 이행협약 금지 등이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홍 회장이 최근 공식적으로 이의제기 신청을 예고한 것은 대유와의 경영정상화 협약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이의제기 신청 이유로 “가처분 소송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돼 동일한 시각이나 판단에 의해 결정이 내려진만큼 가처분 신청 본질 자체가 흐려졌다”는 점, “가처분 신청을 담당했던 송경근 재판장이 과거 한앤코 소송대리인인 화우의 변호사로 재직해 공정성이 의구스럽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홍 회장측은 “최근 가처분에서 논란이 된 김앤장의 쌍방대리, 한앤코의 확약조건 부정 등에서 밝혀진 내용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추가로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쌍방대리의 경우 법 위반 소지(민법 제124조, 변호사법 제31조)가 있어 한앤코와 매각 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안갯속인 남양유업의 앞날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싼 다툼은 현재로선 한앤코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당장 비용부담이 한앤코가 아닌 홍 회장에게 악재로 돌아왔다. 가처분 소송은 본안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3번 연속 패소해 상대방의 소송 진행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조건부 약정이 무력화될 경우 선취한 계약금 성격의 금액 320억원도 돌려줘야 한다. 법률 대리인인 LKB&파트너스 비용도 추가된다.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홍 회장은 법원 결정에 따라 대유홀딩스와 맺은 ‘상호협력 이행 협약’을 이행할 수 없게 돼 본안 판결 확정 전까지 대유 측과 추가 교섭이나 협의, 정보 제공 등을 할 수 없다. 대유위니아가 남양유업 주요 보직에 파견한 자문단 6명은 지난달 27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만약 홍 회장이 대유와 추가적 경영 협의에 나설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간접 강제 배상금 100억원을 물어야 한다.

한앤코는 가처분 소송 승소를 계기로 ‘주식 양도계약 이행’ 본안 소송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증인 대응, 추가 증거 제출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도 양측의 법정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양유업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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