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월급, 얼마나 받아야 '고소득자' 될 수 있을까?
남승모 기자 2022. 2. 3. 13:54
결혼정보회사에서 때마다 하는 조사가 있습니다. 원하는 배우자상인데요, 빠지지 않는 항목 중 하나가 연봉입니다. 지난 달 발표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적 남편의 평균 연소득은 6,224만 원, 이상적 아내의 평균 연소득은 4,145만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봉을 중시하는 이유는 연봉이 개인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확실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월평균 소득이 얼마나 돼야 부자일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들 가운데 78.3%는 본인이 중층, 그러니까 중산층에 속한다고 답했지만 34.7%는 중하층에 속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본인이 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12.8%나 됐습니다.
당황스러운 건 월평균 가구소득 조사에서 가장 높은 구간이 이들이 속한 "600만 원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조사 최고 구간에서 대상자의 절반 가까운 47.5%가 중산층 이하 또는 하층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상층, 흔히 말하는 잘 사는 축에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이번 조사에서 가구소득이 600만 원 이상인 사람 가운데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8.9%에 그쳤습니다. 지난 2017년 조사, 10.5% 보다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쯤 되면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장 높은 소득 구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박탈감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박탈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대체로 자신이 일해서 버는 소득 보다 자신이 벌어 놓은 것이건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건 현재 보유 중인 자산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얼마나 버나' 보다 '얼마나 갖고 있나'
흔히들 하는 얘기로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습니다. 100원으로 1% 수익률을 올리면 1원이지만 1억 원으로 1% 수익률을 올리면 100만 원입니다. 자산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근로소득으로는 따라 잡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집값 폭등이 젊은 층의 근로의욕을 꺾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무리 일 해봐야 이번 생애는 내 집 마련은 어려운 거죠. 정부에서 집은 주거의 개념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해봐야 내 집 마련을 주거 목적과 함께 내 노후를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이 많다면 소용 없는 겁니다.
실제로 근로소득이 많더라도 무주택자는 자신을 상층으로 분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에 따라 총소득이 결정되는 경제 구조도 이런 추정의 배경이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집값을 예를 들어 볼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공시가격 기준)은 3억2천400만 원으로 전년 보다 4천900만 원 늘었습니다. 이에 비해 주택 자산 가액 기준 상위 10% 가구의 집값은 평균 13억900만 원으로 2억600만 원이 올랐습니다. 집이 있어도 비싼 집을 가진 쪽의 자산 가액이 4배 이상 더 오른 겁니다. 평범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로또나 맞으면 모를까 아무리 일해도 이런 자산 가치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이렇게 최고 소득 구간에 있는 사람들조차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라면 그 아래 계층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조사 구간은 100만 원 이하부터 100만 원씩 높여 나가 600만 원 이상까지 모두 7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산 형성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작지 않고 또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자기 힘으로 소득 분위를 한 단계씩 높여갈 때마다 스스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돼야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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