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간스탠리 말장난에 '6만전자' 추락..금감원 지켜보는 개미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2. 2.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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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2021년 8월 11일 모간스탠리가 내놓은 '메모리 겨울' 보고서 첫 페이지 캡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며 인디언식 기우제(비가 올 때까지 제를 지내는 식)를 지낸 모간스탠리의 전망이 결국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28일 SK하이닉스가 한해 실적을 결산한 결과에서다.

지난해 8월 11일 모간스탠리가 '메모리-겨울이 오고 있다(Memory-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통해 예견했던 2021년 4분기와 2022년 1분기 전망 중 4분기에 대한 예견은 빗나갔다.(그들이 4개월 후 전망을 조정했든 어떻든… )

모간스탠리가 '메모리 겨울' 보고서에서 2019년 이후 상승기에 접어들었던 메모리 시장 사이클은 2021년 3분기 정점이 지나고 4분기부터 D램 재고 증가로 인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올 1분기에도 하락해 올 한해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모간스탠리는 당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9.2% 하향 조정했고, SK하이닉스도 15만 6000원에서 8만원으로 반토막 수준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모간스탠리, '메모리 겨울' 보고서에 시가총액 수십조원 날아갔지만...겨울은 오지 않았다

이 보고서가 나온 8월 11일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해 약 8%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주가는 당일 6.22%, 그 다음날 4.74% 등 이틀만에 10% 이상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8조 7000억원 줄었다. 두 회사의 시총은 이 기간 수십조원이 날아갔다.

하지만 D램 시장에 겨울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279조6048억원으로 전년보다 18.1% 늘었다. 영업이익은 51조6339억원으로 전년보다 43.5% 늘었고, 이 중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9조2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0% 성장했고, 직전해인 2019년에 비해서는 150% 이상 성장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연매출 42조9978억원으로 직전해보다 34.8% 늘었고, 영업이익도 12조4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6% 급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0% 폭증했다. 직전 3분기보다도 소폭 늘어 '꺾인다'던 모건스탠리를 머쓱하게 했다.

반도체 겨울 안오자, '온난화를 만났다'는 말장난
모간스탠리는 앞서 지난달 2일 이같은 실적 호전의 분위기를 미리 감지한 듯 수정보고서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을 '겨울이 지구 온난화를 만났다'는 말장난으로 수정하고 향후 3년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부실전망의 책임을 회피했다.

모간스탠리가 말장난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모멘텀을 잃어 지지부진했다. 10만 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대)를 향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6만 전자로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에도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하락시 악담을 퍼부으면 하락추세는 더 강해진다. 또 오랫만에 반등하려고 열심히 달리는데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면 다시 일어나 달리기 힘들다. 지난해 8월 모간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보고서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딱 그런 시점에 나온 것이었다.

모간스탠리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자신들의 입장을 계속 바꾸면서 '반도체겨울' 보고서에서 언급한 올 1분기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분기 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케인즈, "'언젠가 죽는다'는 건 전망이 아니다"
하지만 1분기가 그들의 예상대로 흐른다고 그들의 전망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기적인 전망(2021년 4분기)이 정확하지 못했는데, 이보다 장기적 관점(2022년 1분기)에서 메모리 시장이 침체한다고 전망한 것은 인디언식 기우제와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고 말했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망이 부질없음을 얘기한 것이다. 케인즈는 고전경제학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만 시장을 바라보는데 대한 비판을 위해 이런 언급을 했다.

모건스탠리는 지속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침체를 외쳐왔지만 여러 차례 틀렸다. 시장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시장이 언젠가는 나빠질 것이라는 것은 전망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전망은 단기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디테일해야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도 정확성과 디테일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반도체 업계에 대한 모간스탠리의 빗나간 전망은 케인즈의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금감원 부실 보고서 방조 말아야...당시 거래 내역 조사해 시장 투명성 제고해야
애널리스트들이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12명의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70페이지의 장문의 보고서를 내 주가를 박살냈는데, 그 전망이 틀렸다면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까. 주식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지만 시장을 흔드는 부실한 보고서로 인한 손실까지 온전히 투자자가 책임져야 할 일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일본계 글로벌투자 은행이 명성을 잃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이들이 보고서를 낸 시점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이들의 고객사들의 주식 거래 과정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간스탠리의 고객들이 보고서 발표에 앞서 공매도 등을 통해 이익을 취했는지 등 부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모간스탠리라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이런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들의 보고서의 어설픔만큼 이들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있다.

따라서 보고서로 인한 시장 급락 시점에 부정한 거래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 부실한 보고서로 인한 시장혼란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무분별한 추측과 부실한 보고서들이 시장에 판칠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하지 않는다면 금융감독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이들과 한통속이라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을 자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경제를 떠받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이 열심히 달리는 데 엉뚱하게 발목을 걸어 넘어트리는 일을 잡는 게 금융당국이 할 일 중 하나다. 모든 투자자들이 금감원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는 점을 금융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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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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