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중국 축구 ‘미스터리’

양지혜 스포츠부 기자·논설위원 2022. 2. 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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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1년 한국 인사로부터 박지성 사인볼을 선물 받고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유치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자신을 ‘치우미(축구 광팬)’라고 소개한다. 집무실에 축구공을 직접 차는 사진도 걸어 놨다. 2013년 멕시코 방문 때는 1986년 월드컵 때 멕시코 팀을 지휘한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2002년 월드컵에서 중국 팀을 본선으로 이끈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5년 중국 소림사에서 쿵후를 연마하는 청소년 40여 명이 매일 축구공으로 훈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술 고수가 아니라 메시 같은 축구 스타를 키운다는 것이다. 훈련 책임자는 “축구에 소림 무술 정신을 더하면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 무렵 중국은 ‘축구 굴기’를 위해 축구를 초·중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고, 중국 전역에 2만여 개의 ‘축구 학교’를 세운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이 1일 베트남에서 열린 2022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베트남에 1대3으로 패해 본선 진출이 또 무산됐다. 2002년을 빼고는 한 번도 본선에 나간 적이 없다. 설날 밤 ‘참사’가 벌어지자 중국인들은 “배부른 돼지만 모인 축구대표팀은 해산하라”며 TV를 부수거나 “1979년 중·베트남 전쟁 패배보다 더 치욕적인 일”이라며 흥분했다. FIFA 랭킹도 중국(74위)이 베트남(98위)보다 앞선 데다 중국은 1956년 이후 66년간 베트남전 무패였다.

▶중국인들은 자신들 입으로 축구 못하는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어떤 이는 “도박을 좋아해서 승부 조작이 빈번한데 실력이 늘겠느냐”고 한다. 실제 중국 리그는 대형 승부 조작 스캔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고액 몸값을 받는 중국 대표 선수들이 더는 노력을 안 한다”고도 한다. 연봉 10억 선수가 되려면 어릴 때부터 감독에게 뇌물 주고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아야 한다. 정작 실력 있는 유망주는 돈이 없어 퇴출된다고 한다. “메시나 호날두가 될 만한 가난한 유망주들은 공장으로 간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팀워크가 중요한 축구는 궁합이 안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농구·배구 등은 중국이 아시아 최강자로 꼽힌다.

▶중국은 “축구가 2400년 전 고대 중국의 축국(蹴鞠)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한다. ‘시 황제’라는 시 주석이 직접 축구를 챙기는 데다 축구 인구도 많다. 14억 인구가 축구에 열광하고 중국 기업은 엄청난 돈을 축구에 쏟아붓는다. 그럼에도 중국 축구가 바닥을 헤매는 건 그야말로 ‘현대 스포츠의 미스터리’(미국 타임지 평가)다. /양지혜 스포츠부 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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