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 탄도미사일까지..북, '레드라인' 바짝

박은경 기자 2022. 2. 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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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2형 발사, 4년 새 최고 수위

[경향신문]

새해 들어 7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설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로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섰다. 북한이 2018년 선언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파기하고, 한반도 시계를 ICBM을 발사한 2017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31일 보도했다. 2017년 처음 시험발사한 화성-12형이 실전 배치돼 있음을 밝힌 것이다. 평양에서 미국 영토인 괌까지 거리가 3400여㎞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사거리 5000㎞로 추정되는 화성-12형 실전 배치는 미국 영토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2형 시험발사 사실과 함께 탄두부가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기술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 완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공개 압박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달 19일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의 철회를 시사한 지 약 10일 만에 파기에 근접하는 수준의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미 간 신뢰를 상징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온 모라토리엄의 파기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8년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 간 탄도 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며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피면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은 실험장 복구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중국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화성-14형과 화성-15형 검수사격 시험 형식으로 압박수위를 점차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시기적으로는 북한 정치 기념일인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80주년이나 4월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이 계기가 될 수 있다. 기념일을 즈음해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장기화로 지친 민심을 달래고 충성심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응 수위와 시기도 북한 대응 방식의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2일 유선으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의 최근 점증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화성-12형 발사와 관련해 3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함에 따라 북한이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군사적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국방력 강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시험발사를 노동신문 3면에 간략하게 소개한 것도 국방력 강화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위 조절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추가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외 정책을 발표하고 대미·대남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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