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맞고 아팠다면? 나의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 획득기

최훈민 기자 2022. 2.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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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예외확인서 /최훈민 기자

지지직 지지직.

지금 프린터에서는 ‘마패’가 출력되고 있다. 이제 이 종이만 내밀면 드디어 텅 빈 의자 대신 ‘사람’과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백신 유효 기간이 만료된지 정확히 50일째 되는 날이다.

기자는 작년 한차례 코로나 백신을 맞았지만, 부스터샷은 맞지 않았다. 반년 전 입원의 경험이 너무 무서웠다. 그 대가는 강요된 혼밥과 혼술이었다.

작년 6월, 기자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제공한 얀센 백신을 ‘예비군 자격’으로 맞았다. 그로부터 열흘째 되던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왼쪽 엉덩이 근육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걸을 수가 없었다. 침실에서 현관으로 기어가 지팡이 대용으로 쓸 우산을 움켜쥐기까지 정확히 40분 걸렸다. 기자 집은 25평이다.

엉금엉금 주차장까지 내려가 차를 꺼냈고,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의사가 물었다. 돌이켜보면 바로 그때, 일단은 무조건 ‘백신 탓’이라고 우겼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과학과 의학, 그리고 백신의 신봉자이며 동시에 팩트로 말하는 기자가 아니던가. 근거없는 주장을 펼수는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나흘 전 새로 산 오븐을 생각해냈고, 별 생각 없이 말했다.

“글쎄요. 새로 산 오븐을 옮기다가 잘못된 걸까요”

사실 기자는 코로나 전까지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할 때 100kg 역기를 들었다. 그리고 오븐 무게는 24kg다. 하지만 당시 힘썼던 일이라곤 그것 외엔 도무지 없었다.

의사 역시 무표정하게 그 말을 진단서에 받아적었다. 그땐 몰랐다. 그 대가가 ‘사람과의 식사’였다는 사실을.

기자는 의사 권유로 이틀 입원했다.

‘어쩌면 그게 백신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찾아온 건 퇴원 뒤였다. 지난해 10월 ‘백신 맞은 뒤 척추 추간판이 파열됐다’고 주장하는 80여명의 국민청원이 있었다. 20대 청년이 접종 후 하반신 마비를 겪은 사연도 알려졌다. 엉덩이 통증은 보통 척추와 골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러 사례를 접하며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했고, 부스터샷은 기자에게 ‘공포’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방역패스 제도가 도입됐다. 부스터샷 미접종자에게는 ‘혼밥 + 혼술’이란 형벌이 내려졌다.

사실 코로나 백신의 절대적인 효능은 접종자의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중증이나 사망으로 치닫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데 있다. 그리고 접종자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바이러스를 감염자로부터 비감염자에게로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식당에서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해도 피해는 나 하나에서 끝날 뿐, 나의 미접종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이의 추가 피해는 없다. 그러나 어쩌랴. 어쨌든 나랏님 방침인 것을. 따르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혼밥의 나날을 보내던 지난달, 희소식이 들려왔다.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백신 접종 뒤 6주 내 입원 치료 받은 사람도 방역패스 예외자로 인정하겠다’.

기자는 그날 당장,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퇴원 때 받아뒀던 진단서와 입원확인서를 가지고 보건소를 찾았다. 그리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진단서에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이 문구를 넣은 새 진단서 발급을 요청했다. 병원 관계자는 “입원 당시 차트에 ‘오븐 옮기다가 아픈 것 같다’는 내용만 들어있으니, 지금 와서 새 문구를 넣어 재발급해주는 건 어렵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에게 읍소했다.

“백신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퇴원하고 나서야 하게 됐는데 어떡해요. 제가 무식해서 그랬어요.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병원 관계자는 거절했다. “원칙적으로 이미 치료가 끝난 진단서를 다시 쓰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이번엔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서 안 해준다”고 말했더니, 보건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요청해서 받아오시는 분들도 많던데요? 어쨌든 받아 오시면 돼요.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다시 병원에 전활 걸었다. “내가 지금 ‘인과관계’를 증명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이걸 써오라고 하니까 ‘전후관계’만 추가해 달라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읍소했다. 그제서야 난 정부가 원하는 문구가 달린 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원칙을 깼다는 생각에 양심이 찔렸다.

보건소에 진단서를 제출하자 담당 공무원은 “2~3일 기다리시면 전자우편으로 방역패스 예외확인서가 발급됩니다. 출력해서 가지고 다니세요”라고 했다.

21세기 IT강국 코리아에서 종이 확인서라니. 더욱이 정부는 “보건소에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백신인증 어플리케이션(COOV)에서 ‘접종내역 발급·업데이트’로 유효기간 만료일이 없는 예외확인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담당자는 “그건 발표고, 실제론 시스템이 아직 안 만들어졌으니까, 그냥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세요”라고 했다. 아무렴 어떠랴, 드디어 혼밥에서 해방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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