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택소노미 기획' 업체, 과거 환경공단 인사 영입해 수억대 용역 낙찰

박상현 기자 2022. 2.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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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인천시 서구 정서진 아라타워에서 바라본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환경공단 배출권거래처 출신 한 과장이 자신이 수억원대 연구용역을 준 컨설팅 업체로 이직, 이후 또 다른 수억원 규모의 환경공단 연구과제를 입찰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업체는 녹색 금융 투자 기준인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K택소노미)’ 연구 용역을 맡아 환경부가 ‘원전 미포함, 액화천연가스(LNG) 포함)’이라는 결론을 내는데 포석을 마련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환경부로부터 51억원의 연구용역비를 타내기도 했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공단은 2019년 3~11월 ‘에코앤파트너스’ 측에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맡기며 5억775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환경공단 배출권관리처 소속이던 A과장은 해당 연구 막바지였던 그해 10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듬해 1월 A과장이 자리를 옮긴 곳은 에코앤파트너 자회사인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이도씨)였다. A과장은 이직 과정에서 연봉, 인센티브 등 공단 근무 당시보다 몸값을 상당히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A과장이 이도씨에 영입된 후, 이도씨는 환경공단에서 2020년 3월~2021년 1월 ‘배출권거래제 적용 방안’이라는 또 다른 연구 용역을 맡아 2억8800만원을 받았다. 이도씨는 2019년 12월 에코앤파트너스의 환경담당 부서를 물적 분할해 새롭게 문을 연 회사다. 이도씨는 배출권 관리처 소속 인사를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창립 3개월 만에 환경공단 일을 따낸 것이다. 이에 대해 에코앤파트너스 측은 “A과장이 퇴사 직후 입사한 것은 아니고, 3개월 정도 공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코앤파트너스와 이도씨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환경부 및 산하 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총 51억원을 타냈다. 이 업체가 이전 정권 시절인 2011~2017년 4월까지 환경부에서 받은 연구비는 총 27억원 수준. 5년 새 규모가 2배가량으로 커진 것이다. 계약 대부분도 공개경쟁 입찰보다 수의계약이 많았다. 현 정부 들어 이 업체와 환경부가 수의계약 한 연구용역은 29건, 금액은 23억원이었다.

에코앤파트너스와 이도씨가 각각 환경공단에 제출한 ‘배출권거래제 보고서’ ‘배출권거래제 적용방안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 부분 겹쳐 사실상 ‘베끼기 보고서’였고, 환경공단 측이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대출 의원은 “이도씨가 제출한 총 277쪽짜리 보고서 중 46쪽에서 이전 보고서의 분석·시사점·데이터 등을 문단 그대로 긁어온 부분이 75곳 발견됐다”고 했다.

정부 연구용역 담당자가 자신이 일감을 준 외부 업체로 이동하는 데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객관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할 정부 연구용역에는 어떠한 이권도 개입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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