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집에 들어간 불륜 남성,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 이유
[경향신문]

A씨는 B씨의 부인인 C씨와 불륜 관계였다. A씨는 2018년 12월 어느 날 오전 3시쯤 인천에 있는 B씨의 집에 들어가 C씨와 성관계를 했다. B씨가 집을 비운 날이었고 C씨가 문을 열어줬다. A씨는 2019년 6월 B씨에게 C씨와의 불륜 관계를 들키자 부산의 자택에서 나흘 동안 42회에 걸쳐 B씨에게 “접싯물에 코 박고 죽으라”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A씨를 주거침입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1심 법원은 A씨의 혐의에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일부 무죄를 선고했고, 3심인 대법원은 전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형법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해 주거지에 침입한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정보통신망법은 통신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음향, 화상, 영상을 반복적으로 전송한 행위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1심인 인천지법 이상욱 판사는 2020년 11월 “범행의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 측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이라며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경우 형량 결정에 참고하는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2심인 인천지법 형사3부(재판장 한대균)는 지난해 5월 주거침입 혐의는 유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가 “A씨가 계속 놀리고 화나게 했다. 죽이고 싶었다”라고 진술한 점을 보면 그의 감정이 주로 ‘분노’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은 인정되나 대부분 C씨와의 일들을 저속하게 묘사하면서 조롱하는 내용”이라며 “메시지가 객관적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3심인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주거침입죄까지 무죄로 판단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9월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 중일 때 다른 공동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부재 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도 주거칩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A씨가 B씨의 거주지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공동거주자인 C씨가 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므로 B씨가 A씨의 출입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정돼도 주거를 침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기 전의 법리에 따라 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결했다”며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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