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동심..초등학생 40%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어요"

이희조,김제림 2022. 1. 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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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며 초중생들 사회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경DB]
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A교사는 최근 아이들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지면서 학교에 있는 시간을 짧아지고 아이들이 가정에 혼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공격성이 부쩍 심해졌기 때문이다. A교사는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유튜브 같이 폭력적인 영상을 계속 보다보니 공격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예전에는 초등학생이면 상상도 못할 욕들을 하곤 한다"고 푸념했다.

친구나 선생님을 직접 대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는 시간은 길어지다보니 사이버 폭력 문제도 크게 늘었다는 분위기가 많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앞으로 점차 대면 수업이 늘어나게 될텐데 그동안 교실 현장에서 사회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끼리 부딪히면서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교단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혼자 영상 매체를 보는 시간이 길어진 초중생이 크게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친구와의 만남과 활동량은 급격하게 줄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를 겪는 초중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0월 전국 17개 시·도의 초등학생 2913명(4~·6학년)과 중학생 4773명(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해 내놓은 '코로나19 시기 경험에 따른 초·중학생의 사회정서역량 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9.2%는 코로나19 국면 이후 TV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늘었다.

학교나 학원의 비대면 수업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친구와의 만남이 줄어들면서 여가 시간을 유튜브 시청 등에 쏟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42.8%의 초등학생은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친구와 직접 만나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는 응답도 55.4%로 절반을 넘겼다.

신체 활동은 크게 줄었다. 초등학생의 40.4%는 코로나19 이후 신체 활동 시간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중학생도 결과는 비슷했다. 조사 대상 중학생 중 52.8%는 코로나19 이후 TV·동영상 시청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을 내놨다. 게임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도 45.7%로 집계됐다.

신체 활동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중학생은 초등학생과 비슷한 39.1%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중학생, 친구와 직접 만나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는 중학생은 각각 49.%, 47.5%로 절반에 가까웠다.

초중생들이 학교 대신 가정에 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정서적 불안정에 시달리는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초등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2만7976명을 조사해 지난해 9월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자신의 정신건강이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정신건강의 어려움에 포함되는 △걱정 △불안한 마음 △슬프고 울적한 마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 △죽고 싶은 생각 중 한 가지라도 커졌다고 응답한 학생은 무려 50.3%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불규칙한 식사가 늘었다'는 학생이 경험한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평균 1.96개로 가장 많았다. '학습 활동이 줄었다'(1.74개), '친교활동이 줄었다'(1.68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평균 1.67개), '취미·여가활동이 줄었다'(1.61개), '신체활동이 줄었다'(1.60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희조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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