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휘발유로..똑똑한 'AI비서' 태우고 부드럽게 달리는 XC60

박종오 2022. 1. 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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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승기
수입차답지 않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돋보여
친숙한 내비·찰떡같은 음성인식 성능 '합격점'
부드럽고 조용한 주행..기존 XC60과 다른 모습
경쟁 차량 대비 좁은 실내, 높은 가격은 아쉬워
볼보 ‘XC60 T8 인스크립션’ 앞모습

“아리아, 이승철 노래 틀어줘.”

운전석 오른쪽의 12.3인치 화면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차가 말을 재깍 알아듣고 가수 이승철의 노래 ‘듣고 있나요’를 재생해 준다. 평일 오후 정체가 심한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주행 보조 기능을 활성화했다. 운전자 음성을 인식하는 차와 대화하며 자동차가 알아서 가다 서다 하니 운전 스트레스가 확연히 덜했다.

이달 말 볼보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차량을 600㎞ 정도 시승했다. 2천cc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차량 외부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XC60은 지난해 국내에서 3400대 가량 팔린 볼보의 인기 차다. 부분 변경 차량의 가장 큰 특징은 에스케이(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볼보가 공동 개발한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운전자 말을 알아듣고, 길 찾기, 음악 재생, 간단한 차량 제어 등을 해주는 인공지능(AI) 비서가 들어가 있다.

평소 수입차를 시승할 땐 차 앞 유리에 붙이는 휴대전화 거치대를 따로 들고 다녔다. 수입차의 내비게이션 성능이 워낙 별로여서다. 반면 X60은 티맵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음성 인식도 대체로 정확해, 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사소하지만 큰 장점이다.

볼보 ‘XC60 T8 인스크립션’ 옆모습

XC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과거에 타본 XC60 휘발유 차량과 꽤 달랐다. 우선 저속에선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탓에 시동이 걸린 지 모를 만큼 정숙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거나 속도를 빠르게 높이면 내연기관 엔진이 함께 작동한다. 모터만으로 달리다가 엔진이 개입할 때도 충격 없이 매끄럽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방지 턱을 넘어도 충격을 잘 흡수한다. 다만, 높은 턱을 지나면 차가 위아래로 출렁인다.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실내도 정숙한 편이다.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차 무게가 2t이 넘지만 힘이 절대 모자라지 않는다. 팬을 돌려 엔진에 공기를 밀어 넣는 과급기(차저) 장착 차량의 특성상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차가 달려 나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곧 엔진이 묵직한 저음을 내며 속도를 금세 높인다. 특히 가속이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편이어서 동승자가 불안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운전대 조향과 제동, 중고속 주행도 안정적이다. 차고가 높은 에스유브이 특성상 코너를 돌 때는 차가 쏠리는 편이다.

아쉬웠던 점은 실내 공간이다. 자동차 중심부에 배터리를 깐 탓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 콘솔(변속기 등이 있는 박스 형태의 수납공간)이 높게 올라와 있어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볼보 ‘XC60 T8 인스크립션’ 뒷모습

뒷좌석 바닥 역시 가운데가 올라온 탓에 3명이 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뒷자리 무릎 공간엔 주먹 2.5개, 머리 공간에 주먹 1.5개가량이 들어간다. 좁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국산 에스유브이의 실내 공간이 점점 커지는 추세라는 걸 고려하면 아쉽다.

시승 중 편의 장비는 부족하다고 체감하지 못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열선·통풍 시트 기능을 갖췄고, 뒷좌석 열선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가 차선,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 속도로 알아서 달리는 주행 보조 기능도 안정적이다.

시승 중 실연비는 13km/ℓ 내외를 기록했다. 주행 모드는 주로 ‘하이브리드’로 설정해 놓고 달렸다. 이 차엔 내연기관 엔진의 회전수를 끌어올려 주행 성능을 높이는 ‘파워’ 모드가 별도로 있다. 그러나 가속에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정숙함이 떨어져 실제 활용도는 낮을 것 같다.

XC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완충 뒤 전기만 사용해 최대 33km를 달릴 수 있다.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전기차처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아파트 주차장의 완속 충전기로 이 차 배터리를 0%에서 100%까지 충전하는데 3300원가량이 들었다. 같은 거리를 휘발유(고급유 ℓ당 1900원 기준)를 사용해 이동할 때보다 2천원가량 저렴하다. 다만 주변에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실제 사용 빈도가 높진 않을 듯하다.

시승 차 가격은 8370만원이다. 수입 중형 에스유브이 경쟁자인 벤츠 GLC, 베엠베(BMW) X3, 아우디 Q5 등과 비교해 가격이 낮지 않고 오히려 비싼 편이다. 이 금액이면 XC60보다 실내 공간이 넉넉한 볼보의 준대형 에스유브이 XC90도 구매할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함, 그러면서도 모자라지 않는 힘이라는 매력이 과연 가격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이 차 구매의 관건이겠다.

글·사진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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