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투성이 '설강화'의 조용한 퇴장 [종영기획]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역사 왜곡, 안기부·간첩 미화 논란 등에 휘말리며 각종 구설수를 낳았던 '설강화'가 미흡한 대처 등의 아쉬움을 남기며 조용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이 30일 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영로(지수)를 구하기 위해 기숙사로 돌아와 희생하는 수호(정해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시간이 지나 홀로 로마다방에 간 영로는 "내가 만약 평범한 젊은이었다면, 널 처음 본 순간 데이트 신청을 했을거다. 원 없이 함께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네 곁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돼버렸다. 하지만 널 만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차가운 나한테 꽃을 피워준 영로, 정말 고맙다. 평생 기억하겠다. 은영로 사랑한다"는 수호의 녹음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북한군과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은 지금껏 많았지만, '설강화'의 경우 남달랐다. 긍정적인 쪽이 아닌 부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설강화'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운동권에 연루되는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남파 간첩이라는 설정이 담긴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부터였다. 누리꾼들은 "민주 항쟁을 탄압할 당시 '간첩 척결'을 내걸었던 안기부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구마사'에 이어 '설강화' 역시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제작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게재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JTBC는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JTBC는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며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방송을 통해 확인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다만 첫 방송 이후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자 JTBC는 한 주에 3회부터 5회까지 편성하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초반 전개에서 문제가 비롯된 것으로 보이니, 방송을 예정보다 앞당겨 오해를 풀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JTBC 측은 "당사는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존중한다. 앞으로도 보내주시는 의견을 경청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지만, 곧 이와 상반되는 내용의 입장문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강경한 법적 대응으로 조치할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전달했기 때문. 이에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입막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제작진의 미흡한 대처가 아쉬움을 자아낸 가운데, 구설수도 이어졌다. 앞서 언급된 논란은 깔끔히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작품 속에 맴돌고 있었다. 안기부는 민주화 항쟁 당시 운동권 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하고 살인한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하지만 작품은 이강무(장승조)와 장한나(정유진)를 통해 은연중에 안기부 내에도 정의로운 사고를 가진 있는 인물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들도 기득권에 의한 또 다른 피해자라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테다. 다만 그 방식이 너무 안일했다. 안기부의 피해자들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는 와중에 그 시대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안기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조금이라도 피해자들이 상처받을 내용이 있더라면 작가는 이를 걷어냈어야 했다. 하지만 고(故) 박종철, 故 이한열 열사 측의 날선 비판에도 JTBC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만 고수했다.
간첩 미화도 여전히 께름칙하다. 작품 속 간첩들은 출중한 무술 실력으로 단숨에 안기부 요원들을 제압하는가 하면, 기숙사 학생들을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을 직접 세우기도 한다. 안기부와 북한군 중 비교적 선의의 편에 있는 것 역시 북한군 쪽이다. 남파공작원 수호가 자신의 동생과 여대생들 모두를 구하려 노력하고 있는 반면, 안기부 요원들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꿍꿍이를 세우기 바쁘다. 물론 한국 작품이 북한군을 미화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사랑의 불시착'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있다. 다만 위 작품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설강화'는 실제 벌어진 현실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는 점. '설강화'를 그저 '정치공작에 희생된 젊은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논란과는 별개로 '설강화'는 시청률 면에서도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SKY 캐슬' 제작진이 총출동했을 뿐 아니라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뭉쳤지만 최고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은 1-2%대에 머물렀다. 'SKY 캐슬'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 23.8%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VOD가 단독 공개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디즈니+)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홍콩,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5개국에 한해서다. 심지어 29일 기준 한국과 싱가포르에서는 3위로 하락했고, 홍콩과 대만에서만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더군다나 디즈니+의 MAU(월간순이용자수)가 넷플릭스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성적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만약 시대가 1987년이 아니었다면 '설강화'가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궁금해진다. 분명 지금과 같은 비난과 질타를 받진 않았을 거다. 오히려 'SKY 캐슬'의 명성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뒀을 수도 있다. 수호와 영로라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어둠의 시대에 직접적으로 희생당한 실존 인물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설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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