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5억원이나 300억원이나 횡령 사건 처벌 기준은 같다?

장한서 2022. 1. 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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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직원, 2215억원 빼돌려 개인 투자
강동구청 공무원, 기금 115억원 본인 계좌로 이체
횡령죄,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횡령액 5억 이상 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대규모 횡령 사건, 양형기준 촘촘하게 해야" 지적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강동구청 공무원 김 모 씨가 지난 2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수천억원대의 횡령을 저지른 데 이어 서울 강동구청에서도 거액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기업과 정부·지자체의 회계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쪽에서는 회수가 쉽지 않은 횡령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횡령죄 발생 건수는 6만539건으로 2015년(4만8795건)보다 24% 늘었다. 횡령 피해액은 2조7376억원에 달했지만, 자금 회수는 1312억원에 그쳤다. 횡령 피해액의 4.8%만 회수된 것이다.

최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상장사 횡령 사건도 나왔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일하던 이모(54·구속)씨는 2020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려 개인 주식투자 등에 쓴 혐의를 받는다.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보자 횡령금을 빼돌리기 시작한 이씨는 680억원어치의 금괴를 사들여 가족 주거지에 숨기기도 했다.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인용하면서 추징 보전 상한액을 1377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이씨가 이미 주식투자로 횡령금 중 761억원을 손해 본 것으로 파악돼 상한액까지 횡령금을 회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결정으로 지금까지 보전된 재산은 395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강동구청에서는 최근 한 7급 주무관이 100억원대의 횡령을 저질렀다. 강동구 공무원 김모(47·구속)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원순환센터추진과에서 기금 관련 업무를 맡으며 115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업무용 계좌에서 자신의 개인 계좌로 수십 차례에 걸쳐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역시 횡령액 중 77억원은 주식투자로 잃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강서구 오스템인플란트 본사. 연합뉴스
이같은 기업 임직원과 공무원 등의 횡령 사건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지만 처벌 수위는 제각각이다.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상향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은 횡령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까지는 기본 징역 4년~7년(가중시 5년~8년), 횡령액 300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 5년~8년(가중시 7년~11년)이다. 이는 권고 형량일 뿐 사건에 따라 형량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300억원 이상이 권고형 기준에서 최대치인 만큼 5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횡령 사건 등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촘촘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이전에 유명했던 대규모 횡령은 2009년 동아건설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이다.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모씨는 5년간 출금청구서를 꾸미는 등의 방법으로 회삿돈 1898억원을 빼돌렸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경찰에 붙잡혀 2010년 징역 22년6개월,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박씨의 횡령을 도왔던 은행 직원에게는 징역 5년, 자금과장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지난 2005년에는 조흥은행의 한 직원이 자신의 가족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해 수차례에 걸쳐 은행의 ‘기타 차입금’ 계정에서 41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했다. 
공무원의 횡령도 잇따랐다. 전남 여수시 회계과 직원이던 김모씨는 2009∼2010년까지 공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80억원의 공금을 횡령해 1심에서 징역 11년,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환수되지 않은 금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부산에서는 도박에 빠져 빚 독촉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공금 2억원을 횡령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2018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횡령은 조직은 물론 사회에도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중대범죄인만큼 형량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법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형량을 높게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관대하다는 의견이 많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기업과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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