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선옥 작가 "그때의 서른 살과 지금의 서른 살 만나게 해주고파"
공선옥/소설가
Q.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속 '오지리'는 실재 지명?
오지리라는 지명이 오지, 마음의 오지라는 말도 있잖아요. 세상으로부터 저쪽에 잊힌 곳. 실재적인 지명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해요. 오지리는 어딘가에 있기도 하고, 내 마음 속에 있기도 하고 그렇죠.
Q. 왜 하필 서른 살인가?
내가 그때 29살, 30살 그랬어요. 그 무렵이 세계사적으로도 굉장한 전환기였어요. 80년대에 20대였던 사람들이 이제 30대의 문턱에 올라선 거예요. 이미 다 살아버린 것 같은 느낌? 좌표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거예요. 30대 초반에. 세상 다 살아버린 것 같은. 이미 노인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념 내지는 이상이 사라진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은 결국 이해, 이념이 아니라 이해, 이득, 이윤. 소비 자본주의만이 득세하는 그런 30년을 우리가 살았더라고요.
Q.주인공들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지 않나.
밝은 절망의 빛이라고 제가 그렇게 묘사를 했더라고요. 희망을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려면 절망의 극단까지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만 희망을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내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Q.남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그렸는데...
'덜 착하게 써야지' 이런 마음이 그때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캐릭터들만 주고 싶지 않은, 욕도 아까울 정도의 사람들. 그렇지만 끝까지 못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 이후에 30년을 살아보니 그보다 더한 욕도 아까운 사람들 캐릭터가 더 많이 나와서.
엉망진창인 속에서 저는 뭔가 고귀한 진주 같은 뭐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어요. 그런 걸 하나 발견했을 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보람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해요.
Q. 은이와 채옥은 행복해졌을까?
그 소설이 끝난 뒤에 뭔가 있을 거예요. 끝난 뒤에. 차마 이상하게 낯부끄러워서 잘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들에게 쉽게 출구를 열어준다는 게 너무 가벼운 행위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책장을 덮은 뒤에 그들이 햇빛이 비치는 따스한 길로 가고 있으리라는 상상을 독자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Q. 지금의 서른 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때의 서른 살들도 생각해보면 눈물 겨운 서른 살들이었구나.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년이 지난 뒤에 나의 서른 살, 우리들의 서른 살을 생각해보니까. 지금 생각해보니까 참 어렸는데 왜 그렇게들 무거웠지? 그리고 요즘의 서른 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할 수많은 고뇌들로 얼마나 무거울까,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그러면서 그 시대의 서른 살과 이 시대의 서른 살들이 한 번 만나게 해주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숙/문학평론가
그 절망 속에서 또 뜬금 없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고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았지만, 막연히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희망을 발견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서 가기도 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눈이 오고 비바람이 불어도 그냥 별 두려움 없이 그 밤길을 가거든요. 눈이 막 오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스스로 안에서 발견하고 나아가는 그런 모습은 꼭 시대적인 또는 한정된 부류의 사람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인간 본연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게 물론 소설이기는 하지만, 공선옥은 자기만의 힘찬 문법으로 말하는 방식으로 당당하게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Q. 어떤 작품들을 구상 중인지.
정신으로 살아갔던 사람들, 물질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꾸 그런 시대와 그런 시대 사람들이 자꾸 부르고 싶은 느낌이 들어요. 그들을 불러오고 싶다는….
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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