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중 잘못된 문자받고 조기 격리해제, 입국자 관리 '구멍'..지자체별 새 지침 해석 '혼선'

고재원 기자 2022. 1. 3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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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방역기관 간 연휴기간 중 연락 안돼 '발 동동'
전 세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해외유입 확진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입국자들이 관계자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달 20일 미국에서 입국한 A씨. 방역당국이 해외로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감염자의 국내 입국을 막기 위해  마련한 해외입국 자가격리자 관리지침에 따라 입국 직후 서울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만 10일을 격리기간으로 지정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달 30일 정오에 격리에서 해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A씨는 29일 오전 보건소로부터 격리기간이 7일로 단축됐고 이에 따라 24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만 확인되면 즉시 격리가 해제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격리해제 이틀 전인 28일 받은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터라 자가격리를 하던 숙소에서 나왔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A씨와 같은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작스런  문자에 보건소 등에 문의했지만 보건소 관계자들과 통화가 되지 않았거나 보건소 관계자들도 관련 사실을 확인할 상급 기관과 연락을 주고받지 못해 문자 메시지 지침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격리시설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 A씨는 이날 밤 보건소로부터 아직 격리기간 단축을 적용하기 전이며 해당 메시지가 잘못 발송됐다는 내용의 정정 메시지를 받았다.   

오미크론 변이로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29일 A씨처럼 자가격리를 하던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 해외입국자들이 격리해제가 단축됐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고 지침보다 빨리 지역사회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북구와 경기 부천시 등 최소 2군데 이상의 지자체에서 자가격리 기간단축을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의 문자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휴기간이라는 점과 지역 보건소 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 외에도 더 많은 지역에서 문자가 제공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스텔스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의 유입이 우려되는 상황에 해외 입국자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이 마련한 입국자 자가격리자 관리지침에 따르면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은 10일 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모두 채워야 한다.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와 같이 해외 유래 변이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예방접종 완료자도 예외 없이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온 해외입국자에 대한 10일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대규모 감염자 발생에 대비해 의료시스템과 관리 시스템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 내달 4일부터 밀접접촉자 격리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단축하면서 해외 입국자 격리기간도 함께 단축하기로 했다. 7일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낮다는 판단을 적용했다.  

질병관리청은 내달 4일부터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하면서 ‘단, 시행일 이전 입국자 중 격리 6일차 이상이 경과된 격리자는 해제 전 검사를 시행해 음성 확인될 경우 7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8일차 오후 12시에 격리해제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 성북구와 경기 부천시 등에서 자가격리 기간단축을 소급적용 한다는 내용의 문자가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제공

하지만 ‘시행일 이전’에 대한 해석이 보건소와 같은 일선 방역 현장에서 서로 엇갈리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보건소는 새로 바뀐 해외입국 자가격리자 관리지침 적용일인 내달 4일 기준으로 시행일을 설정했다. 내달 4일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입국자 중 격리 6일차 이상이 경과된 격리자가 바뀐 지침을 소급 적용 받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새 지침은 이를 의미한 것이다. 반면 일부 보건소는 질병관리청이 해당 조치를 발표한 지난 28일부터 내달 4일 사이 입국자 중 6일이 지난 격리자가 바뀐 지침을 소급 적용 받는 것으로 해석했다. 모호한 표현으로 방역 일선의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혼선이 일어났지만 현장 보건소와 상급 기관 간 연락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자체는 관련 내용을 묻는 전화 문의를 받았지만 경기도와 질병관리청 등을 비롯한 상급 기관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난감해 했다. 수원시청 한 관계자는 “경기도 내 여러 지역에서 다른 해외입국 자가격리자들의 해제 문의를 해오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며 "경기도 쪽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휴일이라 연락을 받지 않아 시청의 판단으로 보건소에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설 연휴라는 점을 고려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예고된 상황인데도 방역 책임 기관의 담당자들이 연락조차 두절될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 또한 사실 작동하지 않았다. 자가격리중인 해외 입국자들은 수 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불통이라며 답답해했다.  해외에서 입국한 뒤 현재 자가격리 시설에 있는 B씨는 “도대체 어떤 정보가 맞는 지침인지 모르겠다”며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들어가도, 담당 보건소와 시청 직원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지침을 알고 있지 않다. 1339는 통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보건소와 질병관리청의 방역 관리 시스템이 단순히 '구멍' 수준이 아니라 재정비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8일 안양에서 자가 격리 중 병원 치료가 필요했던 해외 입국자 C씨는 "병원에 가고 싶어서 보건소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화가 닿지 않았다"며 "자가격리를 풀고 병원에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하는 한 개원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에 다녀가도 보건소에서 연락을 받는게 아니라 환자가 직접 연락을 해와 알려주는 상황이 된지는 꽤 됐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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