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방역절차, 정작 버스는 초만원.. 묘한 베이징 입국기
중국 정부는 2월 4일 개최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코로나 제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폐쇄 루프(Closed Loop)’라 불리는 방역 체계가 핵심이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은 전용 교통편을 이용해 경기장과 훈련장만 다닐 수 있다. 91개국에서 오는 외국인을 중국 사회와 격리된 폐쇄 구역에서만 생활하게 만든다. ‘폐쇄’는 입국 첫날부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PCR 검사
30일 오전 11시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오자 마자 하얀 방호복을 입은 공항 방역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이들이 나오라는 신호를 보낼 때까지 약 10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공항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이 하얀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일렬로 계단을 타고 내려와 공항 건물까지 운행하는 셔틀 버스에 탑승해 건물까지 이동했다.
입국하자마자 한 건 ‘공항용 QR 코드’ 발급이었다. 각자 여권을 기계에 스캔해 QR코드가 인쇄된 은행 번호표만한 종이를 받았다. 때마다 여권을 대조하며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축소시킨 것이다. 발급받은 QR코드는 공항에서 총 3번 쓰였다. ‘QR 코드의 나라’라 불리는 중국다웠다.
QR코드를 받자마자 PCR(유전자증폭) 검사장으로 향했다. 약 20개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는 곳에서 방호복을 입은 담당자들이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입과 코를 면봉으로 찌르고 있었다. 약 5분쯤 기다리자 차례가 왔다. 담당자가 면봉 2개를 들며 “마우스”(입·mouth) “노우즈”(코·nose)라고 했다. ‘오케이’라고 한 뒤 입을 벌리자 면봉이 목젖까지 들어왔다. 코에서 채취할 땐 미간까지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검사를 받은 이들은 “한국보다 더 깊은 것 같다”고 했다.
출입국심사를 받으려 이동하면서 승강기를 타야 했는데, 몇몇 사람들이 3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 없는 탓에 갈팡질팡하고 있던 것이다. 방역 관계자들은 특별한 전달 사항이 없으면 한국 일행과 철저히 2m 거리를 유지했다.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는 선수들도 보였다.
이후로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출입국검사를 받고 각자 짐을 찾은 뒤 호텔로 데려다 주는 셔틀 버스를 탔다. ‘올림픽 전용 도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밖에는 공사장에서 쓰일 법한 2m 가량 높이의 철제 펜스가 사방에 설치돼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요원이 대기한다. 시야가 가로막힐 뿐더러, 몰래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다. PCR 검사로부터 약 2시간 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숨막히는 방역 속에도 구멍이
‘폐쇄’를 골자로 삼은 방역 체계에도 허점이 보였다. 항공기에서 내려 탄 버스는 ‘만원 버스’를 방불케 할만큼 사람들을 가득 태웠다. 발 디딜 틈이 없게 되자 출발했고, 가득찬 버스 안에서 “이러면 가서 격리해봤자 소용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각자의 짐을 찾을 때도 접촉이 일어났다. 순환하는 레일 위에서 가방을 찾는 게 아니라, 1층 한켠에 정렬해둔 짐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빠르게 찾아가며 접촉 시간을 줄이라는 의도였으나, 공간이 좁은 탓에 서로 가방을 끌고 나오는 길에서 부딪쳤다. 줄 설 때도 지키라는 1m 거리두기가 소용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전용 도로’도 정부 뜻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폐쇄’하는 대신 빠르게 수송해주겠다는 목적인 도로인데, 곳곳에서 일반 승용차가 끼어들었다. 전용 도로에 승용차가 너무 많아 한때 정체돼 차가 멈추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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