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의 명절..문 대통령, 5년간 설·추석 어떻게 보냈나

정대연 기자 2022. 1. 30. 17: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 임기가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2017년 5월10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설 5번, 추석 5번 등 10번의 명절을 보냈다. 올해 설 연휴는 문 대통령이 임기 중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다.

문 대통령의 명절나기는 코로나19 유입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명절에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 즐겨 찾았지만, 코로나19 유입 이후 양산 방문을 자제했다. 연휴 중 외부 일정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줄었다. 시민들에게 격려 전화를 하거나 라디오에 깜짝 출연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명절 단골 일정이었다. 두 차례 추석 때는 유엔총회 참석으로 인해 미국에서 명절을 맞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궁내동 교통정보센터를 방문해 교통방송 깜짝 일일 리포터로 나와 교통상황을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7.10.2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김정숙 여사와 함께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병산서원 만대루 누각에 앉아서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7.10.6

■가장 길었던 첫 추석 연휴(2017.9.30~10.9)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 맞은 명절 연휴는 2017년 추석이었다. 임시공휴일, 개천절, 한글날에 2번의 주말이 이어지면서 무려 열흘에 달했다.

문 대통령의 연휴 중 활동도 이때 가장 활발했다. 문 대통령은 10월2일 TBS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했다. ‘일일 교통통신원’으로 변신해 귀성길 교통 상황을 전했다. 같은 날 남극세종과학기지·서해5도 특별경비단·다산콜센터·경찰지구대·독도경비대 등 연휴 당직자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 ‘명절이 없는’ 시민 12명과 통화했다. 10월6일에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취임 후 첫 TK(대구·경북) 방문이었다.

가족들과의 시간도 보냈다. 추석 당일인 10월4일 부산 영도에서 역귀성한 모친 강한옥 여사(2019년 10월29일 별세), 아내 김정숙 여사, 아들 준용·딸 다혜씨와 청와대에서 차례를 지냈다. 10월1일에는 김정숙 여사와 청와대 인근 수제비집에서 시민들과 섞여 식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을 참관하던 중 서이라·임효준 선수가 넘어지는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2.17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회의장 스크린에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는 북한 대표부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8.9.26

■‘한반도 평화’ 주력했던 2년차 명절(2018.2.15~18 / 9.22~26)

2018년 2월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해 4월과 5월 판문점, 9월에는 평양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문 대통령의 2018년 명절도 한반도 평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평창 올림픽을 찾은 이후인 2월17일 강릉을 찾아 올림픽 자원봉사자 등을 격려하고, 쇼트트랙 경기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2월15일에는 평창 올림픽 참석차 방한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회담했다. 같은 날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무대에서 남북 합동무대를 펼친 가수 서현씨 등 시민 11명에게 격려 전화를 했다.

2018년 추석 연휴 때는 유엔총회가 겹쳤다. 연휴 직전인 9월18~20일 북한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9월23~27일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찾아 유엔총회 기조연설(26일)에서 종전선언 필요성을 호소했다. 한·미 정상회담(24일)에서는 “북한 핵 포기가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두달 여 앞둔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아세안문화원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9.14

■설·추석 모두 양산 찾은 2019년(2019.2.2~6 / 9.12~15)

2019년은 문 대통령이 가장 일반 시민처럼 명절을 보낸 해다. 문 대통령은 연휴 첫 날인 2월2일 오전 양산으로 출발해 5일 저녁 청와대로 돌아왔다. 양산에서는 모친 강한옥 여사를 모시고 부친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고 차례를 지내는 등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청와대에 복귀한 2월6일에는 수석비서관들의 세배를 받고, 김정숙 여사가 만든 평양식 온반을 다 같이 먹었다.

그해 추석에도 양산과 부산을 찾아 모친 등과 나흘간 연휴를 보낸 뒤 연휴 마지막 날인 9월15일 청와대로 복귀했다. 부산에 머물던 9월14일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두 달여 앞두고 해운대에 있는 아세안문화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 당일인 9월13일 이산가족을 다룬 추석 특집 방송에 출연해 자신도 이산가족임을 강조하며 “이산가족 상봉 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휴 시작 전날인 9월11일에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서경석입니다>에 깜짝 출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일 오후 청와대 인근 신교119안전센터를 방문,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0.2

■코로나19 대응 시작한 2020년 명절(2020.1.24~27 / 9.30~10.4)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됐다. 이때부터 문 대통령의 명절은 휴식보다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문 대통령은 설 다음 날인 1월26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에게 전화해 코로나19 대응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고,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는 내용의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1월27일에는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떡국을 먹으면서 사실상의 코로나19 대책회의를 했다.

2020년 설 연휴는 문 대통령이 그나마 평년과 비슷하게 보낸 마지막 명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연휴 시작 전날인 1월23일 김정숙 여사와 서울 양재동 농협 농수산물 유통센터를 찾아 장을 본 뒤 양산으로 향해 나흘 동안 머물렀다. 모친 강한옥 여사를 여읜 뒤 처음 맞은 명절이라 양친 묘소를 찾아 성묘했다. 1월24일에는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전화로 출연해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일로 “북·미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추석부터는 양산을 찾지 못하고 청와대에 머물렀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연휴 기간 이동 자체를 당부한 만큼 솔선수범 차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29일 김정숙 여사와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을 찾았고, 10월2일에는 청와대 인근 청운파출소와 신교119안전센터를 방문해 근무 중인 경찰관과 소방관을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설 명절을 앞둔 10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21.02.10
문재인 대통령과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21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9.22

■2021년, 시장 찾은 설·미국서 맞은 추석(2021.2.11~14 / 9.18~22)

2021년 설 연휴 때도 문 대통령은 전통시장 방문, 시민들과의 통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연휴 하루 전인 2월10일 김정숙 여사와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를 찾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위로했다. 연휴 첫 날인 2월11일에는 청와대 관저에서 영화배우 류준열씨, 여자축구 국가대표 지소연 선수 등 시민 8명과 영상통화를 했다.

그해 추석 연휴는 2018년 추석과 마찬가지로 유엔총회가 겹쳤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대면 행사가 취소된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했는데,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21일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SDG 모먼트’(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 회의) 무대에 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귀국길에 하와이 호놀룰루에 독립유공자 훈장 추서식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NSC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2.01.30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인 30일 오후 경기 안성휴게소(서울 방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방문해 김보라 안성시장 및 정혜숙 안성시 보건소장으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직접 사용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22.01.30

■임기 마지막 명절도 코로나19·북한 대응(2022.1.29~2.2)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명절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1만명을 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월27일로 예정했던 신년 기자회견도 방역에 집중한다며 취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에 양산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청와대에서 오미크론 대응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연휴 시작 전날인 28일 의료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30일에는 충북 청주시에 있는 자가검사키트 생산공장과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 방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 들러 검사체계 개편 상황 등을 점검했다.

북한도 문 대통령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30일 아침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한 것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이후 4년2개월여 만에 단거리가 아닌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문 대통령은 약 1년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안정, 외교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북한이 그동안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핵 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을 지켜왔는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에도 언급을 자제하던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