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년만에 최대 수위 도발..文 평화구상 '물거품' 위기

김성훈,임성현 2022. 1.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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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설연휴 미사일 발사 파장
2018년 평화체제이후 도발
'레드 라인'에 바짝 다가서
새 ICBM 개발 전단계 가능성
성공땐 괌·알래스카 사정권
바이든 행정부 1년 넘도록
제재 완화 등 대화 진전없자
중거리 미사일로 美압박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 NSC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청와대】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2017년 ICBM인 '화성-15형'을 쏘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4년여 만이다. 이후 북한은 한반도 대화국면이 시작됐던 2018년 4월 미국에 대한 선제적인 신뢰 조치 차원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며 전략도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의미있는 대화가 멈춘 가운데 지난 해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도 1년이 넘도록 제재 해제·완화가 포함된 대화에 나서지 않자 대미 압박 수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모양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대미)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제재 해제·완화를 포함한 대화에 미온적으로 일관하자 4년 이상 멈췄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검토를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어 이같은 결정 이후 열흘 만에 자신들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과시했다.

【연합뉴스】
앞서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다음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당분간 무력시위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올림픽 개막 직전에도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생긴 동북아 안보정세의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무력시위 수준을 사실상의 전략적 도발까지 끌어올렸다.

북한으로서는 올해 주요행사인 김일성 주석 110회 생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80회 생일을 앞두고 획기적인 민생 개선이 어려운만큼 미사일 성과를 과시해 내부를 단속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으로서는 장기적 전쟁수행 능력과 2차 타격능력이 제한된 북한으로서는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와 미사일 전력을 키우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마땅찮은 것도 사실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파기 '최종결정' 전 단계적 압박 수위 높이기, 한미와 국제사회 대응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예비동작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측으로서는 공식적 '파기' 선언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기 위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하고 레드라인을 건드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해 대북 추가제재를 강력히 요구하고 독자제재 요소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과 전방위적인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동계올림픽 기간 중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과거 중국은 북한의 인공위성이나 ICBM 발사 등 명백한 유엔결의 위반에는 추가적 대북결의 채택에 협조했다. 다만 이번에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과 인권압박으로 자신들을 공격하는 미국의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막아서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취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빛이 바랬다.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최소한의 한반도 안보정세가 이번 북한의 전략적 도발로 무너진 셈이다. 북한이 한반도의 시계를 2017년 11월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올해 내내 엄혹한 미사일 정국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대북·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적어도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가 최소한의 안전판을 갖추고 있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날 발사로 이같은 논리가 허물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물론 오는 5월 들어설 새 정부의 대북정책도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성훈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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