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마래푸까지 '꽁꽁'..13년 만에 매매 거래 강추위

유준호 2022. 1. 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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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 성수기 앞뒀는데
"급매·급전세도 안 나간다"
주택 매매 활발한지 보여주는
매매거래지수 2008년 이후 최저치
두달 새 은마는 매매거래 단 1건
마래푸는 실거래가 신고 없어
"대출·금리인상에 시장위축 불가피"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급매가 붙어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급매, 급전세가 나와도 찾는 사람이 있어야 거래가 되죠. 이사 날짜 정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속이 탈겁니다. 호가를 수천만원씩 낮게 불러도 안됩니다. 이사 시즌인데 올해는 예사롭지가 않네요."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

"대출 규제에 자금 조달이 안되고, 집값이 떨어진 다는 이야기가 많으니 꼼짝도 안하려 하죠. 집주인들도 선거 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울 강남권 B공인중개사 관계자)

전국 주택 매매거래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KB부동산이 매매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하는 '매매거래지수'는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서울 지역 대단지 아파트들은 최근 두 달 새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다. 공인중개사들은 봄 이사철을 앞둔 성수기에 '거래 실종' 상태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전국 매매거래지수는 3.2로 집계돼 2008년 12월(1.7)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거래지수는 KB부동산이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매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에 대한 조사를 해 0~200 범위의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1월 매매거래지수 역시 1.5로 집계돼 2019년 4월(1.5) 이후 2년 9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매매 거래 한파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097건으로 전년 동기 7547건 대비 7분의 1토막이 났다. 1월 매매 신고 건수 역시 450건(27일 기준)으로 지난해 1월 5791건과 비교해 10분의 1로 줄었다. 아직 거래 신고기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큰 상황 변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 서울 주요 대단지는 거래 절벽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4222가구) 지난 최근 두 달새 단 1건의 실거래가 계약 신고 됐다. 직전 1년 전과 2년 전 같은 기간에는 각각 14건, 18건의 실거래 신고가 있었다. 또 다른 대단지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23일 계약 건 신고를 마지막으로 최근 두 달 새 실거래가 신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년 전 같은 기간 이 단지의 거래 건수는 44건에 달할 정도였다.

거래 한파에 호가를 수천만원 이상 낮춘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매물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은마 전용 76㎡(1층) 물건은 최초 23억 5000만원에 호가가 제시됐지만 지난 7일 23억원으로 호가를 낮췄다. 같은 전용 면적 중 가장 싸게 나온 2층 매물도 23억원에 최초 호가가 제시됐지만 최근 5000만원 낮춘 22억 5000만원에 호가가 조정됐다.

전세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세 매물은 최근 6억원이었던 전세 호가를 5억 8000만원으로 낮췄다. 같은 전용 다른 매물은 5억 6000만원까지 호가를 낮춘 매물도 등장했다. 이 매물들은 KB부동산이 파악하는 이 단지 같은 전용 전세 시세 7억 7500만원(일반 평균가)대비 2억원 가량 낮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 수리가 잘 된 집들은 9억원을 전후해 거래가 이뤄졌을 정도였다"며 "최근 들어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고, 이사 날짜를 맞추기 위해 나오는 급전세 매물들은 수천만원 가량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역시 급전세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 단지 전용 84㎡ 매물 집주인은 최초 11억 9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하다가 이달 초 6000만원 내린 11억 3000만원으로 호가를 조정했다. 전용 39㎡ 매물 역시 지난 20일 최초 등록가보다 6000만원 낮은 7억원으로 호가를 낮췄다.

강남권 B공인중개사 대표는 "세입자들이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었고, 갱신 가격 대비 신규 전세 가격은 턱없이 높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들도 주저하는 상황"이라며 "매매가에 이어 전세가도 조정이 시작됐다는 생각에 예비 세입자들을 중심으로는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시세 대비 싸게 매물이 나온다 해도 매수 자체가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이라며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된 데다,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인상 등의 수요 억제 요인도 남아 있어 당분간 상황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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