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도 '계급' 있나..벤츠가 샤넬이면 포르쉐는 루이비통, 에르메스는? [왜몰랐을카]

최기성 2022. 1. 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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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크기=신분, 자동차 카스트
한국에서 '車 카스트' 맹위 떨쳐
"난 너희와 달라" 스놉효과 작용
허황된 과시욕에 카푸어 되기도
2억원 이상 줘야 할 수 있는 수입차 [사진출처=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상류사회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었다. 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또는 탑승자)의 신분을 상징했다.

상류층이 의식주 못지않게 자신의 신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난 너희들과 달라"라는 위압감을 말없이 알려주기 위해서다.

미국 포드가 대량생산으로 자동차 대중화 길을 개척한 뒤에는 브랜드나 차종이 신분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귀족·무사), 바이샤(평민·상인), 수드라(수공업자·노동자), 불가촉천민으로 사람 신분을 결정했던 인도 카스트(Caste) 제도처럼 '자동차 카스트'가 등장한 셈이다.

차가 생활필수품이 되고 렌트 서비스, 차량 구독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차종=신분' 분위기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경제력, 신분, 직위에 따라 탈 수 있는 차종이 달라지는 카스트 유산은 남아있다.

가격, 크기에 하차감까지 결합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사진출처=벤츠, BMW]
자동차 카스트는 '계급도'가 나올 정도로 명품 선호도가 심한 한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격, 크기와 '하차감(내릴 때 느끼는 만족감)'에 집착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도 자동차 카스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매경닷컴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2015~2021년 수입차 가격별 등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수입차 주류가 3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로 넘어가더니 1억원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차종은 물론 2억원 이상 줘야 하는 고성능·럭셔리 차종도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3000만~5000만원 수입차는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가격대별 점유율 순위에서도 꼴찌다.

3000만~4000만원대 점유율 급감
폭스바겐 제타 [사진출처=폭스바겐]
수입차협회 가격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3000만원 미만은 2015년 3.16%에서 2020년에는 2.16%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02% 더 줄었다. 폭스바겐 제타 1.4 TSI(2949만원)가 이 가격대에 해당한다.

3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에는 25.3%에 달했다. 2020년에는 8.54%, 지난해에는 6.58%로 급감했다. 대표 모델은 폭스바겐 티록 2.0 TDI(3244만원), 미니 쿠퍼(3930만원)다.

3000만원대 수입차와 함께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던 4000만원대 수입차의 점유율은 2015년 15.24%에서 지난해에는 14.2%로 감소했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4005만원), 폭스바겐 파사트 GT 2.0 TDI(4433만원), 미니 쿠퍼 컨트리맨(4470만원)이 이 가격대에서 인기높다.

5000만~1억원, 수입차 주력시장
BMW 5시리즈 [사진출처=BMW]
5000만~7000만원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에는 31.14%, 지난해에는 32.94%를 기록했다. 수입차 가격대별 점유율 1위다.

또 5000만원대보다 6000만원대가 인기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3위가 모두 6000만원대에 해당했다.

1위는 벤츠 E250(6700만원)다. 그 다음은 렉서스 ES300h(6190만원)와 BMW 520(6610만원)이다.

7000만원~1억원 수입차는 2015년 15.78%에서 지난해 20.66%로 증가했다. 이 가격대에서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다. 대표 모델은 벤츠 E350 4매틱(8480만원), BMW 530e(8090만원)다.

1억원 이상 수입차, 점유율 급증
포르쉐 타이칸 [사진출처=포르쉐]
1억~1억5000만원 수입차의 점유율은 7년 만에 3배 증가했다. 2015년 5.62%에서 지난해에는 16.7%로 늘었다. 이 가격대에서는 벤츠와 BMW는 물론 포르쉐도 맹활약하고 있다.

벤츠 CLS 450 4매틱(1억1410만원), BMW X6 4.0(1억1940만원), 포르쉐 카이엔 쿠페(1억1630만원), 포르쉐 타이칸 4S(1억4560만원)이 인기다.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점유율은 2020년까지 3%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6.89%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시장은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 플래그십 세단이 주도했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성능·럭셔리 브랜드도 2억원대 차량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벤츠 S580 4매틱(2억2932만원), 베틀리 플라잉스퍼 V8(2억5503만원), 람보르기니 우루스(2억5768만원), 롤스로이스 컬리넌(4억7460만원)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스놉효과에 '강남 쏘나타' 교체
벤츠 S클래스 [사진출처=벤츠]
수입차업계는 수입차 주류 가격대가 상승하는 이유는 보복 소비와 베블런·밴드왜건·파노플리·스놉 효과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베블런 효과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현상을 말한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이나 유명인들의 과시적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를 의미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벤츠]
스놉(속물) 효과는 처음엔 차별화된 상품이었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비싸고 더 차별화된 상품을 찾아나서는 현상을 뜻한다.

서울 강남에서 쏘나타처럼 흔히 보인다는 뜻에서 붙은 '강남 쏘나타' 차종이 렉서스 ES에서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로 넘어간 이유도 이들 효과 때문이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도 이제는 흔해져 더 비싸고 폼 나는 차종을 찾는다. 다음 '강남 쏘나타'로 포르쉐 차종이 유력해졌다.

포르쉐가 잘 팔리기 시작하자 스놉 효과에 힘입어 2억원대 람보르기니·벤틀리 차종 판매도 증가추세다.

이러다 '수입차 계급도' 등장할라
초고가 시장을 주도하는 수입차 [사진출처=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가지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다 매출액과 검색량을 기록한 브랜드 중심의 '2021년 명품 계급도'를 최근 발표했다.

트렌비에 따르면 명품 레벨은 에브리데이(Every Day), 영코어(Young Core), 올드코어(Old Core), 프리미엄(Premium), 프레스티지(Prestige), 하이엔드(High-End), 엑스트라 하이엔드(Extra High-End)으로 구성됐다.

프라다와 구찌는 프리미엄, 디올과 펜디는 프레스티지에 포함된다. 3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 루이비통, 고야드는 하이엔드 레벨이다. 명품 계급도 가장 상위에 있는 엑스트라 하이엔드에는 에르메스가 있다.

수입차 브랜드를 트렌비 명품 계급도에 대입해보면 폭스바겐과 미니는 에브리데이~프리미엄, 벤츠·BMW·아우디는 프리미엄~하이엔드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다.

포르쉐는 프레스티지~하이엔드, 람보르기니·벤틀리·롤스로이스는 하이엔드~엑스트라 하이엔드에 속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자동차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부작용도 일으키고 있다. 법인차량 허점을 악용해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를 회사명의로 구입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탈세 행위 ‘회사찬스’가 횡행하고 있다.

목돈 없이도 고가 수입차를 살 수 있지만 대신 이자가 비싸 ‘카푸어’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은 금융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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