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老後富, 인구 성장 멈춘 중국에 대비해라"
“2017년엔 일(日) 분만 건수가 평균 18건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분만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하루 10건만 해도 아주 괜찮은 편입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예전엔 유명 산부인과 진료받는 게 춘절(설날) 기차표 구하기보다 어렵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산모가 부족해 병원이 산모들을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 도시 선전은 지난해 1인당 GDP가 2만7000달러로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 중 하나다. 매년 수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지만 산부인과는 ‘불황’을 겪고 있다.
중국 인구 증가가 예상보다 빨리 멈출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204만명 증가했던 중국 인구는 지난해 48만명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중국 인구는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사회과학원 예측(2028~2029년)보다 6년 이상 빠르고 유엔 예측(2025~2027년)보다도 3년 이상 빠르다. 마오쩌둥의 실패한 증산 운동(대약진운동) 직후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중국 인구가 일시 감소한 적은 있지만 1963년부턴 베이비붐이 일어났다면, 이번 인구 감소는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인구 수 역시 기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중국 인구는 14억 1260만명이었다. 2016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 인구 발전 규획(2016~2030년)’은 2020년 중국 인구를 14억2000만명으로, 2019년 유엔의 ‘세계인구 전망’은 2020년 중국 인구를 14억4000만명으로 예상했다. 1000만~3000만명을 과대평가한 셈이다.
중국 국가위생건생위원회 양진루이(楊金瑞) 인구가정국 부국장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출생 인구 감소는 여러 종합적인 원인이 있다”며 “가임기 여성, 특히 출산이 가장 왕성한 시기 여성의 규모가 줄어든 것이 출생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20~34세 중국 여성 인구는 2016~2020년 기간 연평균 340만명씩 감소했고 2021년의 경우 전년 대비 473만명 줄었다. 2020년 말 중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태아에 대한 영향을 우려한 여성들이 출산을 미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런 인구 구조 자체가 인구 감소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신구조경제학연구원 원장은 최근 선전위성TV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구가 아니라 노동력”이라며 “현재 출산율이 낮아 노동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15년 뒤의 일이라 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린 원장은 “인구 요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인구 요인의 영향이 별로 없다는 의미”라며 “교육을 강화하고 노동력의 양보다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인구 구조 변화를 통해 정치적 변화를 예측해온 프랑스 인구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낮은 출생률과 고령화로 인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이 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겠지만 인구 감소로 인해 다시 미국이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가 정점을 찍기 전 인구가 감소하며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사회 보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찍 늙은, 선로후부(先老後富)의 중국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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