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철도 실크로드..팬데믹 계기로 '북적'

방성훈 2022. 1. 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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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럽 철도 운송, 팬데믹 전보다 2배 늘어
해상 운임 급등 및 배송 기간 불활실성에 풍선효과
유럽→중국 철도 활용한 수출도 증가 추세
"팬데믹 끝나도 중국-유럽 철도 운송 유지될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프랑스 파리 교외에 있는 한 철도 허브는 최근 화물 열차로 북적이고 있다.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40피트(약 12m)짜리 컨테이너가 수십개 실려 있는 것이 보인다. 컨테이너 안엔 파티용 풍선부터 주요 자동차 부품 등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담겨 있다. 이들 열차는 중국에서 출발해 약 5주 반 동안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로루시, 폴란드, 독일 등을 거친 뒤 프랑스에 도착했다.

중국과 유럽을 잇는 철도 운항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악화로 기업들이 원자재·부품 등을 공급받기 어려워지면서, 유럽 기업들이 철도 운송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진=AFP)
중국→유럽 철도 운송, 팬데믹 전보다 2배 늘어

2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프랑스 국영 철도회사 SNCF의 중국-유럽 화물열차 책임자인 자비에 반더페펜은 “지난 해 중국에서 화물을 싣고 유럽으로 오는 열차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났다. 5년 전까지만 해도 8편에 불과했지만 최근엔 18~20편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언론 보도에서도 지난 해 중국-유럽 간 화물 운송은 1만 5000건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82% 폭증했다. 지난 해 운송된 컨테이너는 총 146만개에 달했다.

기업들 입장에서 항공 운송은 공급 지연 걱정이 없지만 가격 부담이 너무 크다. 해상 운송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운임이 급등한 데다 언제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영국 해운업계 전문 컨설팅업체 드류리 시핑에 따르면 1월 6일 기준 40피트 컨테이너를 8개 주요 노선으로 운송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9408달러(약 1140만원)로 2020년 초 팬데믹 직전의 5배에 달했다.

철도를 통해 컨테이너 하나를 중국에서 파리로 이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약 8000달러(약 969만원)인데, 중국 정부가 철도 활성화를 장려하기 위한 지원금 2000달러를 보조해준다. 또 중국에서 유럽까지 해상 운송은 최장 70일이 걸리는 반면, 철도 운송은 최단 20일이 소요된다.

이에 공급망 악화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유럽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철도 운송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프랑스 국립 통계·경제 연구소(NISES)에 따르면 지난 10월 프랑스 기업들의 45%가 공급난으로 생산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91년 데이터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다만 철도 운송에도 한계가 있다. 선박만큼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없다. CNN은 “중국-유럽 철도 운송을 통한 물량은 2만개 이상의 20피트(약 6m)짜리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의 대안 수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 위험·검사 등과 관련해선 다른 운송 수단과 마찬가지로 예외가 없다. 각국 세관에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열차 운전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운전사가 부족해지는 돌발 상황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해상과 마찬가지로 종종 열차 도착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에도 독일에서 급작스레 열차를 운전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파리에 도착하는 데 2주가 늦어졌다.

그럼에도 철도 운송은 부패하기 쉽거나 시간에 민감한 상품을 이동해야 하거나, 항공처럼 높은 배송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은 기업들에 특히 인기가 높다고 CNN은 전했다.

(사진=AFP)
유럽→중국 철도 활용한 수출도 증가 추세

중국-유럽 간 철도 운송 활성화로 유럽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철도 운송도 증가하는 추세다. 프랑스의 고급 가구 제조업체 리네로제(Ligne Roset)는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를 지중해 연안 마르세이유까지 이동시킨 뒤 선박을 이용해 중국에 물건을 보냈지만, 최근엔 철도 운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운송 부서 책임자는 “높아지는 배송 비용과 한정된 배송 물량 등으로 중국에 소파와 의자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도중 2020년 철도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배송 물량은 (선박보다) 적지만 시간을 맞추는 측면에선 훨씬 이득이다. 최대 한 달 가량 줄일 수 있다. (철도 운송은)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압박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철도 운송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SNCF의 반더페펜은 “철도는 유럽과 중국을 잇는 전체 운송 시장의 5%에 불과하지만 2030년엔 두 배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젠 모두가 철도 운송 루트를 알고 있다. 팬데믹 이전으로 정상화하더라도 이 솔루션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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