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보다 잘 만들어"..'킹메이커' 변성현 감독의 자신감 [★FULL인터뷰]
스타뉴스가 영화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이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으로 호평받은 이후 '킹메이커'로 돌아온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시나리오를 쓰고 '킹메이커' 시나리오도 같이 썼다. 개인적으로는 '불한당' 시나리오보다 마음에 들어서 먼저 찍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불한당' 제작진은 '킹메이커'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촬영 당시 워낙 친했었고, 끝날 때쯤 저희끼리 얘기가 돼 있었다.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불한당' 찍고 있을 때 스태프들이 '킹메이커' 시나리오를 읽었고, 배우 추천도 하면서 스케줄을 맞춰줬다"라며 "한아름 미술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제의가 많이 왔는데 1년을 백수로 노시면서 기다려 주셨다. 너무 감사했고, 개인적으로 술을 많이 사드렸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킹'이 아닌 '킹메이커'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글 쓰는 사람들은 공감하실 것 같은데 그런 게 더 재밌다. 좀 변태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전면에 나서는 사람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거나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걸 더 좋아한다"라며 "정치물이 자칫 히어로물처럼 보이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한 인물을 영웅화 시키는 것에 관심이 없어서 더 끌렸다"라고 밝혔다.
변성현 감독은 "집에 있었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게 됐다. 거기서 엄창록이라는 인물의 설명이 적은 게 재밌었고, 창작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개인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분을 통해서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존경심과는 별개로 우상화하고 싶지는 않았다"라며 "'킹'으로 만들려고 하는 '킹메이커'를 통해서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메시지보다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저도 그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라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기보다는 대상화했던 것 같다. '킹메이커'가 우러러보는 한 인물로 그렸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만큼의 부담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 그리고 창작 그 사이에서 열심히 줄다리기를 했다. 그는 "실제 사건을 놓고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창작의 영역을 넣었다"라며 "실제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견제하고 조심했던 지점은 영화 중, 후반부에 김운범 자택의 폭파 장면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믿음이 많이 가는 배우다. 한국 남자 영화배우 중 개인적으로는 어떤 캐릭터와 연기를 맡기든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찍어도 안심하고 지켜볼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선균에 대해서는 "언밸런스해서 좋았다. 제 안에서 이선균 선배는 건강하고 유쾌한 이미지였고, 짜증 내시는 걸로도 유명한데 이선균이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재밌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생각한 서창대보다 다른 결이 서창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변성현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자신이 가장 집중한 부분 또한 배우들의 감정을 연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배우들의 감정을 연출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게 제 연출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배우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제 영화가 이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모두가 잘 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라며 "캐릭터 간 호흡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가장 도전적이기도 했지만 재밌기도 했고, 쉽기도 했다. 배우들이 워낙 관록이 있으셔서 잘하셨고 제 말씀을 너무 잘 들어주셨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킹메이커'는 코로나19 탓에 지난해 12월 연말 개봉을 포기하고 이번 설 연휴로 개봉이 연기됐다. 아직 개봉이 실감 나지 않는다는 변성현 감독은 "개봉 시기를 2년 전부터 몇 번 잡았다가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서 미루고 미뤘다. 중간에 OTT 개봉 얘기도 나오고 실제로 논의도 했었지만, 저는 관객 수가 적더라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셨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은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킹메이커'에 대해 "전에도 총선이 있었는데 그 시기에 개봉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정치적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했다.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됐다"라며 "한 쪽 진영을 편들기 위해서 찍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을 안 끼쳤으면 좋겠고, 단순한 상업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내내 정치적인 이야기를 빌려 수단과 목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킹메이커'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재밌다는 말을 듣고 싶고, 영화 끝나고도 이 영화를 생각할 여지가 남았으면 좋겠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잊히지 않는 영화였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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