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녀' 이수민, 연기를 하는 이유 [한복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매 작품이 어려웠고 생각과는 다른 현실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멈출 순 없었다.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럼에도 연기는 자신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 언젠간 인정받고 싶다는 이수민이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아 외교관과 변호사를 꿈꿨고, 4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아이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이수민이 배우라는 꿈을 갖게 된 건 이로부터 약 1년 뒤. 우연치 않게 받은 연기 수업이 그의 인생을 뒤바꿔놨다.
이수민은 "연기 수업을 받았는데 너무 재밌더라. 행복했다. 내가 행복하려면 연기를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또 그냥 '이수민'으로만 살고 싶진 않았다. 꿈이 많은 아이였기에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인생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배우라는 직업이 딱이라 생각했다. 만약 지금껏 배우가 아닌 사람 '이수민'으로만 살아왔다면 이렇게 많은 경험과 행복을 얻진 못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수민은 연기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난 항상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잘하는 걸 무척 좋아하고 공부도 잘했기에 좋아했다. 하지만 연기에는 정답이 없지 않냐. 처음 경험해 보는 그런 미지수 같은 면에 끌렸다. 연기를 하는 매일매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렇기에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계속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명배우의 입장에서 시청자들의 눈에 띄기 쉽진 않았지만 이수민의 경우 운이 좋았다. 2014년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MC를 맡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귀엽고 세련된 외모와 14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안정적인 진행력, 그리고 센스 있는 입담과 순발력까지. 그는 주 시청 연령인 어린이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의 눈길도 사로잡았고 JTBC '아는 형님'과 SBS '동상이몽'까지 진출하며 영역을 확정시켜 나아갔다.
다만 너무 이른 나이에 주목받기 시작했던 탓일까. 성숙하지 않았던 때였던 만큼 쉽게 흔들렸다. 연예계 활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단다. 여기에 더해진 각종 구설수는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수민은 "분명 그간의 길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시작한 만큼 약했기에 더 세차게 흔들렸다. 다행히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비교적 슬기롭게 그 시기를 넘어설 수 있었다"면서 "특히 부모님의 덕을 많이 봤다. 제가 '연기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라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부모님이 정말 따끔하게 '연기 아니면 네가 네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냐'라고 말해주더라. 그 말을 듣고 정신이 팍 들었다. 짧은 인생을 되돌아보니 나를 가장 사랑할 때가 바로 연기와 함께했을 때더라. 그 말이 큰 위로가 됐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순탄하게 올 수 있진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남기도 한다"는 솔직한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낸 이수민은 "파도가 정말 많았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어린 시절 겪었기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언젠간 맞았을 파도였다. 그때 따끔하게 맞은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거센 파도는 이수민을 성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파도가 있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쉴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그때 정말 많은 피드백을 찾아봤다. 사실 예전엔 그런 글을 보는 게 무서웠다. 욕도 많지 않냐. 그게 무서워서 외면했었는데 이번엔 봐야겠더라. '연기 못한다' '발성이 별로다'라는 악플들을 다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글을 적으며 내가 보안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많은 고민을 했다"라고 들려줬다.
"아직도 가끔 댓글을 보면 스크랩을 해놔요. 저도 몰랐던 스스로를 알게 되니 반성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외면하고 싶었고 잘 한다는 소리만 듣고 싶었지만, 돌아본다는 게 큰 발전의 계기가 됐어요. 파도가 휩쓰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긴 공백기 동안 자신을 되돌아보며 독기를 품고 스스로를 가다듬은 이수민. 이후 그는 쉬지 않고 작품에 뛰어들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만난 게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이라는 행운 같은 작품이었다. 인턴 역으로 두어 개의 에피소드에서만 활약했지만 통통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것. 이수민은 "사실 많은 에피소드에 등장하진 못했지만 생각보다 정말 많은 촬영을 했고, 생각보다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런 캐릭터는 맡아본 적이 없었기에 고민도 많았다. 다만 촬영이 너무 재밌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걸 좋아하다 보니 더 기억에 남는다. 시즌2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특별 출연이라도 다시 불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수민은 KBS2 '연모'의 방영지 역과 카카오TV '펌킨타임'의 신해윤 역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중 이수민이 가장 애정이 간다는 작품은 바로 '펌킨타임'.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 활약한 탓에 부담도 많았으나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이란다. 이수민은 "이번에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을 찾아뵙게 됐는데, 놀랍게도 이번엔 절 칭찬해 주는 댓글들이 많더라. 당연히 배우니까 칭찬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 그동안 잘했든 못했든 나쁜 댓글만 봐왔기 때문에 좀 놀랐다. 내가 연기 칭찬도 받는구나 싶었다. 솔직히 그런 타입이 아닌데 요즘은 캡처하고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가끔 부모님에게도 보여드린다. 이전엔 악플을 보며 독기를 품고 연기를 가다듬었다면, 요즘엔 이런 칭찬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한 '펌킨타임' 시청자가 남긴 댓글이에요. '제 연기 감정에 빨려 들어갔다'라고 적어주셨는데 어떤 댓글보다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그동안 연기에 대한 답을 못 찾았는데, 제 감정선이 어쩌면 정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데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 같아요. 이제 막 시작하는 듯 불안하고 확신이 필요했는데, 누군가가 제 감정선을 이해해 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예쁘다는 댓글보다도 보기 좋더라고요."

데뷔 10여 년 만에 찾아온 고비를 잘 넘기고 한층 더 성장하는 데 성공한 이수민.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수민은 "제 자신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곧 나올 작품도 그런 작품이다. 지금까지는 편한 역할을 맡아온 것 같다. 이미지가 비슷한, 제가 만들기 쉽고 이미 스케치가 되어있어 색깔만 칠하면 되는 캐릭터만 맡아왔는데 이번엔 다르다. 다만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없다. 이렇게 처음부터 그려내는 건 처음이기에 무섭고 걱정도 되지만 그만큼 너무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기가 막히게 해보려고 한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저와 제 가족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배우가 되는 것"이라는 이수민은 "사실 지금까지는 이 목표를 많이 지키진 못 했던 것 같다. 아빠가 특히 제 기사를 많이 찾아보고 댓글도 많이 보는데, 말로는 상처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매일 찾아보는 거 보니 상처를 받고 계신 것 같다.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배우가 돼 상처받지 않게 해드리고 싶다"면서 "정말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저 같은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연기에 진심이다. 그 노력을 다 보시지 않아도 좋으니, 일부라도 함께해 주셨으면 한다. 연기 인생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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