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선후보 토론 관전포인트

송길호 2022. 1. 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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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토론법' 역자
[홍영만 번역가·전 캠코사장] 20대 대선후보자 토론이 시작부터 시끄럽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여당과 제1 야당의 후보자만이 참여하는 양자토론회를 추진하려 했지만 법원이 “공직선거법상 법정토론 초청대상자”라는 점을 들어 안철수, 심상정 두 후보의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때도 법원이 유사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 사법부의 지배적인 의견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하려 했던 양자토론이 ‘공직선거법(제 82조의 2)상 법정토론’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은 향후 법원이나 선관위의 숙제로 남게 되었다.

일단 설 연휴 후 4자토론의 개최는 확실해 보인다. 법원의 판단을 피해서 양자간 토론이 이뤄질지는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미정이지만 대통령토론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양자간 토론도 한 번쯤 열렸으면 한다. 이유는 박빙의 경쟁을 펼치는 두 후보만을 대비해서 보면 네 후보가 토론을 벌일 때 볼 수 없는 후보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권자로서의 호기심에서다.

이는 대선후보자 토론이 정치철학과 정책방향을 알리는 후보자들이나 정치참여를 위해 그것을 파악해야 하는 유권자 모두에게 매우 소중한 정치적 행위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토론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혹자는 유권자는 토론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를 바꾸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혹자는 대선토론은 부동층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한다. 사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보수·샤이진보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어느 주장이 좀 더 맞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18대 대선이나 미국의 2016년 대선에선 후보자간 토론이 지지 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처럼 박빙의 구도에서는 후보자간 토론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말이다.

양자토론이 되든 4자토론이 되든 이번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관심있게 봐야할 포인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선토론에서 유권자들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 즉 진실성과 위기관리능력을 후보자에게서 찾고 싶어한다. 진실성에는 도덕성,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에 놓는 마음, 성실한 정책수행의지 등이 포함될 것이다. 미국의 대선 역사에서 보면 카터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반면에 위기관리능력은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상황속에서 신속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 능력인데 쿠바 사태 때 케네디 대통령, 냉전시대를 종식시킨 레이건 대통령의 리더쉽이 그 범주에 속한다. 이번 20대 대선토론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후보들의 언행을 꼼꼼히 그리고 찬찬히 뜯어 봤으면 좋겠다.

이번 대선토론은 유권자들에게 ‘토론다운 토론’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예전과 달리 유권자들이 길거리 유세가 아니라 TV로 생중계되는 토론을 통해서 후보자들의 능력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만이라도 불꽃이 튀는 토론능력을 보고싶어 한다. 참모가 써준 내용을 읽는 토론, 질문의 핵심을 몰라 동문서답하는 토론, 추가질문을 포기하는 사회자가 진행하는 토론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양당제하의 미국 대선은 페로 후보가 참여한 1992년을 제외하고는 두 후보자가 2시간 동안 원고없이 자기의 힘으로 토론을 이어간다. 또 역대 미국 대선토론 최다 사회를 맡은 짐 레러는 명확하지 않은 답변에는 추가질문을 던지고 후보자가 토론규칙을 위반하면 경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후보자들의 스타일과 행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매력과 국민에 대한 태도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짐 레러는「대통령의 토론법(2016)」이란 저서에서 선거의 승패를 가른 여러 순간들을 적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960년 역사상 첫 미국의 TV 토론후 끊겼다가 16년만에 재개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대 토론에서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당선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반면에 1992년 아버지 부시는 토론중에 시계를 쳐다봄으로써 토론을 지루하게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줘 재선에 실패하는 구실을 주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시대, 메타버스가 지배하는 미증유의 신문명시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은 유권자에게 남은 시간은 한달여.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리면 “우리에겐 아직도 한달여가 남았다.” 조만간 성사될 4자토론외에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선거법상 개최하는 3차례의 대선후보자 토론이 기다리고 있으니 제대로 된 참정권을 행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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