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파이낸스]② 마이데이터로 계획 세우고 IRP로 노후 대비

박소정 기자 2022.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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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노미’ ‘혼밥’ ‘혼술’ 등 따지고 보면 1인가구란 화두는 2010년대 중반부터 계속돼 왔다. 처음 이 개념이 생겨났을 때 금융업계에선 이들의 ‘소비’ 방식에 초점을 맞춘 특화 상품들을 너도나도 내놨었다.

가령 1인가구는 여행이나 배달 관련 지출이 많을 것이라고 일반화시켜 금융상품에 이와 관련한 혜택을 포함해 내놓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금융상품들은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1인가구의 특색을 일반화시키기 어려울뿐더러, 특화 상품에 대한 수요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오늘날은 개인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마이데이터·헬스케어 등의 기술로 초개인화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다.

대부분 금융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를 적용해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자금 계획을 세워주고 있다. 은행·증권사 등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1인가구에 폭넓은 강제 저축 수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보험사는 1인가구의 건강 보장 수요에 맞춰 헬스케어 산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 1인가구인 주인공 '미소'는 집과 취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집'을 과감히 포기하는 자금 계획을 세우고 있다. /CGV 아트하우스 제공

◇ 복잡했던 자금 계획 설계, 이제는 마이데이터로 ‘뚝딱’

1인가구 금융의 첫걸음은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다. 1월 1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부분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자산 목표를 설정하는 기능이 장착됐다.

가까운 시일 내 필요한 여행·결혼자금부터 먼 훗날 필요한 주택·은퇴자금까지, 과거에는 가족·지인과의 상의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일이 품을 들여 금융 계획을 세워야 했다면, 이제는 금융 앱이 내 모든 자산과 소비 패턴을 고려해 현실적인 정답을 제시해준다.

우리마이데이터(우리은행)의 ‘미래의 나’, KB마이데이터(KB국민은행)의 ‘이프유’, 머니버스(신한은행)의 ‘목표’, 뱅크샐러드의 ‘은퇴 설계하기’ 등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혼·자동차·주택·출산·조기은퇴 등 생애주기별 목돈이 들어가는 시기를 대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준다.

50세에 조기 은퇴를 한다고 설정하고 나의 월 저축액·월 급여 등을 입력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은퇴 10년 만에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늘려야 하는 월별 저축 액수와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솔루션도 함께 제공됐는데, 추가 서비스에 가입하면 추천 상품도 안내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꼭 1인가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1인가구가 금융 계획 설계에 취약한 데다가 마이데이터는 개인에게 꼭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더욱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 제공

◇ 노후 준비 전략도 남달라야… 치열해지는 IRP 시장

1인가구에도 노후는 반드시 찾아온다.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부모도 언젠가 세상을 떠날 것이고, 자신을 부양해줄 배우자나 자녀도 없기 때문에 이들에겐 은퇴 준비 전략이 중요하다. 1인가구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지출을 하므로 상대적으로 소비에 후하다. 그런 만큼 강제 저축 수단을 마련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강제 저축 수단이 바로 IRP다. 과거 IRP는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을 위한 상품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MZ세대(1980~2000년대생)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 설계는 물론, 연간 최대 700만원 한도로 16.5%의 세액공제 혜택이 가능해 ‘세테크’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IRP 시장은 매년 수조원씩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IRP 적립금은 42조9000억원으로, 2020년 말(34조4000억원)보다 24.7% 늘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도 이런 IR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은행에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IRP 계좌를 옮기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하자 시중은행들은 신탁 방식으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금융업계는 서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와 우리·IBK기업·BNK부산·DGB대구은행 등이 펼치고 있는 IRP 수수료 면제 정책이 그 예다.

특히나 오는 6월부터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금융업계의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적립금의 운용 방법을 6주간 직접 선정하지 않은 경우 금융사가 타겟데이티드펀드(TDF) 투자를 제시하는 등 미리 지정한 옵션대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만큼 금융사별 상품 개발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제공

◇ 혼자 아프면 더 서럽다… 보험사, 헬스케어에 집중

1인가구의 증가는 건강 보장에 대한 관심 증대로도 이어진다. 이에 발맞춰 보험업계도 헬스케어나 요양 서비스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인가구의 헬스케어 수요는 보험업계의 미래 먹거리 고민과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사망 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은 대부분 비슷한 조건이나 혜택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기존 보험 상품으로는 신규 고객들을 유치하기 어려우니 헬스케어와 같은 서비스로 구매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032830)은 고객에게 맞는 운동 관리를 제공한 뒤 건강 목표를 달성하면 향후 현금으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준다. 한화생명(088350)은 걷기·수영·등산·사이클 등 총 5가지 종목의 활동 기준을 달성하면 보험료를 최대 25%, 60개월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보험사들은 단순히 전문 헬스케어 업체와의 제휴에 그치지 않고,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는 분위기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0월 보험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설립했다. 건강검진 정보 분석을 통해 건강 관리 코치를 제공하는 등 보험의 역할을 기존 사후보장에서 사전예방 시스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신한라이프가 KB손보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 설립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제공 중인 홈트레이닝 플랫폼 유료 서비스 ‘하우핏’을 기본으로, 향후 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의 헬스케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도 더해지면서, 앞으로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산업 주도권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사가 인터넷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한 해외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에선 의료인(의사)이 의료 기관을 통해서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을 내리는 등의 의료 행위를 하면 불법이 된다. 의료계는 원격 진료 등을 포함한 관련 규제 완화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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