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실적에도 '팔백슬라' 폭삭..서학개미 떨게한 '청사진' 뭐길래 [추적자 추기자]

추동훈 2022. 1. 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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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추기자]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26일(현지시간) 오후 공개됐습니다.

지난 4분기 30만대 넘는 고객 인도량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테슬라의 재무 실적 역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테슬라는 4분기 매출액 177억1900만달러, 영업이익 26억13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65%, 354% 증가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의 성장률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시장 예측치도 가뿐히 뛰어넘은 수치였습니다. 시장은 매출액을 약 165억7000만달러로 관측했었습니다.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세운 테슬라의 성적표는 완전히 A+ 였죠. 예상대로 4분기 생산량 30만5840대, 연간 생산량 93만422대를 기록한 실적이 이러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했습니다. 테슬라는 올해 130만~140만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또다시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27일 주가
그런데 말입니다. 테슬라의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날, 무려 11% 넘게 떨어졌습니다. 4분기 차량 생산량을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13% 올랐던 1월 초와 상반되는 결과죠.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실적 발표와 함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신차 생산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2만5000달러 가격의 저가형 테슬라 모델 출시가 무산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국에서 사랑받는 픽업트럭형 모델 사이버트럭 역시 2022년엔 선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소식이 테슬라 투자자들을 실망에 가득 차게 만든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친 반도체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자동차를 만들 핵심 부품인 여러 반도체 칩들이 수급되지 않아 차량을 조립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반도체 부족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 테슬라에 2022년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는 상황입니다. 저가형 모델의 출시는 테슬라의 시장 저변 확대 열쇠와 같습니다. 결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면 더 많은 차를 팔아야 하고 그러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단 것이죠. 이것이 바로 2만5000달러의 테슬라 차량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가형 모델 출시의 무산은 투자자들의 큰 그림에 차질을 빚게 한 일이 됩니다.

일론 머스크
또한 리비안, 루시드 등 전기차 스타트업이 주력으로 하는 대형 SUV 및 픽업트럭 마켓에의 테슬라 신차 출시는 전기차 오너들의 꿈이었습니다. 2년 전 사이버트럭의 시제품 모델이 공개됐을 때 테슬라 팬덤이 열광했던 이유 역시 이와 같죠. 하지만 이러한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올해도 무산된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며 투자자들은 대거 매도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신차 출시에 집중하는 대신 자율주행 기술에 더욱 투자하고 기존 차량의 기술력을 보완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테슬라의 핵심인 만큼 이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바로 머스크가 신차 출시보다 로봇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이번 실적 발표에서 했습니다. 지난해 머스크는 인공지능(AI) 데이를 맞아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테슬라가 로봇산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일 만큼 큰 뉴스였죠. 하지만 진짜 투자가 얼마나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 이번에 머스크가 올해는 로봇 투자를 본격적으로 하는 해가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 역시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테슬라가 로봇에 매진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인 것이죠.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다행히 테슬라의 차량 경쟁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캘리포니아 공장은 미국에 있는 총 70여 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 공장 중에서 가장 빨리 차를 만드는 공장이 됐습니다. 주당 8600대가량을 생산하며 도요타, BMW 등 쟁쟁한 전통 자동차 제조사보다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러한 테슬라의 경쟁력은 올해 더욱 빛이 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 새로운 자동차 생산 공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인 만큼 테슬라의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괴짜 경영자이자 예측불허의 CEO, 머스크가 또 어떤 뉴스를 모으고 다닐지에 따라 최종 성적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수도 있는 것이죠.
테슬라 모델Y
최근 뉴욕증시는 금리 인상 공포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어려운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이번 실적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전략은 과연 올해 어떤 결과로 귀결될까요. 대한민국 해외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 테슬라의 행보에 관심이 더욱 쏠리는 이유입니다.

[추동훈 뉴욕특파원(chu.newyo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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