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한국 떠나야 하나"..식약처와 대립 논란 중심에 선 모다모다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2. 1. 2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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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진 모다모다 대표 인터뷰
독성 물질 'THB' 두고
식약처와 입장 차이 커
"식약처가 성급히 결론 내지 말고
유전독성 테스트 결과 기다려 주길"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지난 27일 식약처가 잠재적 유전독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THB 성분에 대해 과학적 고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영덕의 디테일] 상당히 괴롭다고 했다. 지난 3개월간 직원들과 함께 웃어본 적은 더욱이 없다고 했다. 이대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본사를 옮길지 고민 중이라는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51·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규제로 모다모다 샴푸가 판매 중단 위기를 맞은 지난 28일 긴급 기자회견 직후 배 대표의 속내에 대해 따로 들어봤다.

모다모다 샴푸는 머리를 감기만 해도 흰머리카락을 어두운 색으로 물들게 하는 효과를 가진 샴푸다. 염모제(염색약)가 아닌 세정제다. 배 대표는 사과가 공기 중에서 갈변하는 현상에 착안해 이를 개발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와 손잡고 모다모다 샴푸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이후 모다모다 샴푸는 국내에서 150만병 이상이 팔렸다.

식약처는 현재 모다모다 샴푸의 원료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에 대해 유해평가 결과 피부감작성 물질로 잠재적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금지 목록에 THB를 포함키로 결정했다. 고시 개정을 거쳐 THB 성분을 화장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식약처의 취지다.

[사진출처 : 모다모다]

-지금 심경은.

▷굉장히 힘들고 괴롭다. 식약처의 화장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다모다 샴푸는 6개월 뒤면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지난 6년간 모다모다 샴푸 개발을 위해 50억원을 투자했다. 시행착오 끝에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게 고작 5개월 정도다. 식약처와의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직원들과 제대로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 섰다.

배 대표는 현재 식약처에 염모제를 중심으로 평가된 유럽 제품안전성 과학위원회(SCCS·이하 유럽연합위원회) 보고서를 근거로 모다모다 샴푸를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계속 주장한다. 모다모다 샴푸는 염모제가 아닌 세정제라는 이유에서다.

염모제는 머리카락에 스며들지만, 세정제는 물로 헹궈버려 관련 물질이 머리카락에 남지 않는다. 배 대표에 따르면 유럽연합위원회는 염모제 성분과 THB가 같이 함유된 경우 유해성을 지적했을 뿐 세정제 속 THB의 유해성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식약처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제2, 제3의 모다모다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 국가에서 혁신기술을 규제로 막아버리면, 아무리 우리가 하고 싶어도 국내에선 더 이상 기술 개발을 할 수가 없다. '미국과 같은 나라로 본사를 옮겨야만 하는 것일까' 고민 중이고, 이런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사진출처 : 모다모다]
-미국에서는 THB 성분 사용이 가능한가.

▷그렇다. 식약처가 잠재적 유전독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THB 성분은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미국, 일본, 호주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사용이 허가된 성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 18일 식약처 주최로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도 이 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배합 금지하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식약처 결정에 따라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이 있다면.

▷실리콘밸리처럼 모다모다와 기술 체인으로 연결된 관계사들이다. 우선 펌텍코리아는 우리나라에서 공기 비접촉 용기를 제작하는 데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오직 모다모다만을 위한 용기를 만들어줬는데 타격이 크다. 식물 추출 기술이 뛰어난 바이오에프디엔씨도 있고, 제조사 더마밀도 피해가 우려된다. 모다모다 샴푸는 결코 저희만 잘해서 나온 제품이 아니다.

-모다모다 측은 THB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염모제와 THB 성분을 같이 썼을 때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유전독성 물질이 피부에 흡수될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THB 성분이 들어간 염모제를 수십 년간 국민들은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모다모다 샴푸는 염모제가 아니라 폴리페놀과 THB를 같이 쓴다. 세정제 속에서 THB 배합 비율 등에 따른 유해성 연구 결과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식약처의 결정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쉽나.

▷우리는 현재 세정세 속 THB의 유해성 연구가 없어 이를 진행 중이다. 자사 제품의 추가 유전독성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식약처가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연구 결과를 기다려주지 않고, 성급한 결론을 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국내 혁신 기술을 왜 좌절시키려고만 하는지, 이 점이 가장 아쉽다.

식약처 전문위원들이 정말 관련 논문을 제대로 읽으셨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식약처가 이번 규제 근거로 삼고 있는 EU 보고서에는 지난 40년간 연구했음에도 THB에 대해 '잠재적' 유전독성이 우려된다고 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왜 간과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머리를 감기만 해도 저절로 염색이 되는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한 카이스트 이해신 교수(사진 왼쪽) 및 모다모다 배형진 대표 [사진출처 : 모다모다]
배 대표는 THB와 같은 잠재적 유전독성 물질이 아니라 EU에서 아예 유전독성 물질로 분류해놓은 성분이 들어간 샴푸 및 염모제 1000여 개 제품을 일일이 찾아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팠다. 해당 1000여 개 제품 목록을 식약처에도 전달해 위해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수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화해 애플리케이션만 켜서 검색을 해봐도 관련 유해 성분이 쭉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모든 샴푸, 화장품, 염모제 등의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식약처에서 유해성 상품을 몰랐다고 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대다수 염모제가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음은 물론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선 아예 판매 금지된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식약처가 THB를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해 목록에 추가하는 개정 절차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날 모다모다 샴푸는 최고 매출액을 갈아치웠다. 자사 몰에서 단 하루 만에 샴푸 2억원어치가 팔린 것이다.

"직원들에게 제가 항상 강조해요. 자사 몰에 댓글 1만건이 있거든요. 그 댓글이 저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요.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써보고 신이 나서 쓴 글들이요. 이런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을 해야하는데…." 배 대표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배 대표는 미국에서 올라플렉스란 헤어제품 생산 기업을 언급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올라플렉스의 매출은 3000억원대이지만 시가총액은 18조원대를 기록한 곳이다.

배 대표는 "시대가 원하는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라며 "모다모다 역시 집에서 편리하게 염색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파고들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식약처와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 모두 다 윈윈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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