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원래 고급이다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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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서민적인 술은 아마 소주일 것이다.
각각의 주종의 알코올 가격을 계산해보면 소주(360㎖, 알코올 함유량 17%)는 1㎖당 약 25원, 막걸리(750㎖, 알코올 함유량 6%)는 약 40원, 맥주(500㎖, 알코올 함유량 5%)는 약 100원이다.
가장 비쌌던 술이 소주였다.
결국 이때부터 무조건 소주는 저렴한 원료에 저렴한 술, 서민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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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원래 이렇게 저렴했을까? 실상은 그 반대다. 가장 비쌌던 술이 소주였다. 옛 방식으로 소주를 만들면 쌀 1㎏에 나올 수 있는 소주의 양은 300~40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금주령 언급이 무려 130여 건이나 나온다. 실학의 대가인 다산 정약용은 전국의 소줏고리를 거두어서 소주를 못 만들게 해야 식량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상소를 올릴 정도였다. 소주는 지금에 비유한다면 최고급 위스키 발렌타인 30년과도 같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소주는 저렴해진 걸까? 크게 두 번에 걸쳐 저렴해졌다. 첫 번째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자본으로 대규모 소주 공장이 세워진 것. 대표적으로는 1919년 인천에 세워진 조선과 일본의 소주라는 이름의 조일양조가 있다. 두 번째는 1965년 쌀, 보리 등 주요 곡물로 소주를 만들지 말라는 법령이 시행된다. 1963년도에 있었던 대흉년이 그 원인이었다. 결국 소주에는 특정한 곡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잉여 농산물, 그리고 수입한 남미 감자라고 불리는 타피오카 등이 사용되게 된다. 그리고 원료를 제한하니 그나마 유지되던 문배주, 이강주, 감홍로, 죽력고 등 우리만의 전통 소주들의 명맥이 말라버렸다. 결국 이때부터 무조건 소주는 저렴한 원료에 저렴한 술, 서민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한마디로 획일화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홈술 시장의 확장은 이러한 다양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회식에서는 술을 통일해야 하지만, 홈술에서는 내가 원하는 술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고 개인의 취향이 듬뿍 담긴 술이 계속 출시되었다. 회식의 경우 마시기 싫더라도 억지로 상사에 맞춰가며 과음하던 권위적인 문화가 있다. 홈술은 내가 내 스스로 주량을 컨트롤한다는 주체적인 성격이 있다. 그런 의미로 술자리 문화도 이제는 민주화로 가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은 오히려 과음이나 폭음을 줄이고 있다. 맛과 향을 음미해야 하니 천천히 마시며 대화를 유도하고 굳이 싫어하는 상사의 주량에 내가 맞출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소주가 무조건 고급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반대로 저렴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포인트는 내 취향에 맞는 다양한 소주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비싸건 저렴하건 선택은 소비자가 하면 된다. 다만 그 선택권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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