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무너지다 이곳서 멈췄다, 광주 붕괴 아파트 22층의 비밀

조홍복 기자 2022. 1.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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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무너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에서 구조 당국이 붕괴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8일 모습이다./뉴시스

지난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고층부 모퉁이 외벽이 삽시간 무너졌다. 23~38층에서 나온 16개 층의 콘크리트 일부 파편은 22층 천장에서 정확하게 멈췄다. 당시 소방 당국은 “튼튼하게 지은 화재 대피층이 추가 붕괴를 막았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당시 사고로 28~34층 사이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29일 현재 6명 중 확인된 사망자는 3명이다. 3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22층과 같은 견고한 구조물이 없었다면 1층까지 피해가 미쳤고 인명 피해는 더 불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어나는 눈덩이처럼 콘크리트 파편은 내려갈수록 급격하게 하중이 늘어난다”며 “22층이 없었으면 1층까지 붕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 교수는 “피난층은 외벽이 불에 타더라도 창문이 열에 견디고 깨지지 않는 내화 기능이 있다”며 “열에 견디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웬만한 하중에도 깨지지 않게 강도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무게를 견디며 추가 붕괴를 극적으로 막은 공간은 초고층(50층 이상)과 준초고층(30~49층) 건물에 짓는 높이 3~4m에 달하는 ‘피난 안전구역’이다. 2010년 부산의 38층 주상복합 건물 화재를 계기로 50층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인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 안전구역인 중간 대피층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준초고층 건물은 주상복합아파트 등 복합건축물에만 적용된다. 이번에 사고가 난 아파트는 상업 시설을 겸비한 주상복합아파트라 의무적으로 피난층을 둬야 했다.

지난 28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모습. 구조 당국이 크레인에 올라 붕괴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피난층은 둘러싼 외벽이 보통 층보다 더 두껍고, 경우에 따라선 기둥이 더 많다고 한다. 그만큼 콘크리트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피난층은 구조적으로 화재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조물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철근과 같은 부재와 콘크리트를 더 두껍게 사용한다”며 “벽체가 얇으면 열에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피층은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비워둔다. 대피층 내부엔 화염과 연기를 막아내는 설비와 공기호흡기, 식수가 준비돼 있다. 대피층 위·아래 층은 층간소음이 덜해 ‘로열층’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여름에 공사를 마친 것과 일부 파편이 지상으로 흩어진 점이 피해 확산을 막은 요인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대피층 강도가 다른 층에 비해 강한 건 맞는데, 추워지기 전에 공사를 마쳐 강도가 양호했던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강도는 공사 시점이나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고층부 파편이 바깥으로 흩어지면서 무게가 그대로 내려가지 않고 일부만 대피층 위에서 멈췄다”며 “무너진 바닥이 한 층씩 떨어질 때마다 그 무게의 2배에 달하는 충격 하중이 발생해 그 아래층으로 계속 누적되는데, 대피층의 튼튼한 벽체가 등뼈처럼 잘 유지해 엄청한 무게를 막았다”고 말했다.

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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