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고심하던 기시다 총리.. 아베와 두번 통화 뒤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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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도(佐渡)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하는 과정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추천을 놓고 고심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두 차례 통화 후 추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전날 저녁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아베 전 총리는 "총리의 판단을 지지한다. 냉정하고 올바르게 판단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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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가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한 뒤 일본 정부 내에선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는 한국의 반발과 이에 따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심사 탈락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천을 보류하자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한다. 이런 기류가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고 격분했고, 기시다 총리는 즉시 아베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다음 날인 20일 자신이 이끄는 자민당 최대 파벌(아베파) 모임에서 “(한국과의) 논전을 피하는 형태로 등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기시다 총리를 압박했다. 아베 전 총리의 이 발언을 계기로 총리관저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측 동향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지난 21일 기시다 총리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화상으로 정상회담 한 후 일본 외무성과 자주 접촉하는 미 국무부 관계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동맹이 마주하고 있는 지금, 한국과 일본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은 곤란하다”며 일본측에 우려를 전했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이 가능하면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해오자, 기시다 총리는 더 고민에 빠졌다.
그런 와중에 자민당 강경파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라고 더 강하게 압박했고,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두 번째 통화에서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조선인 징용 현장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가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등재할 때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한국의 반발에 아베 총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였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역사 문서 등의 증거를 수집해 준비한 것이나 총리 보좌관을 책임자로 두고 한국 측과 교섭한 것 등을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는 또 “군함도 때는 보수계 박근혜 정부였는데도 한국은 그렇게 시끄러웠다”며 “미뤄봐야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지지층이 확고한 아베 전 총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기시다는 결국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마이니치신문도 자민당 강경파의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과 아베 전 총리의 강한 추천 요구에 기시다 총리가 흔들렸다며 사도 광산 추천 관련 ‘보류’에서 ‘강행’으로 기류가 바뀐 배경을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가 전날 저녁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아베 전 총리는 “총리의 판단을 지지한다. 냉정하고 올바르게 판단했다”고 논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사도 광산 추천 결정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주장에 귀를 기울여 정권 기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우선했다”고 평가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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