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대신 교복 입은 K-좀비에 아쉬웠던 3가지 [왓칭]

최원우 기자 2022. 1.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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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학교는' 연휴 첫날 정주행했지만
제2의 오징어 게임 노리기엔 역부족
좀비가 된 학생들과 이를 피해 도망치는 학생들이 교내 식당으로 쏟아지고 있다./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소문난 잔치였다. 차린 건 많았다. 배도 불렀다. 다만, 기억에 남는 음식은 없었다.

28일 오후5시(한국시각)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 갇힌 아이들의 생존 본능을 다룬 이 K-좀비물은 ‘킹덤’, ‘오징어게임’ 뒤를 이을 것으로 주목받는 최고 기대주였다. 예고편 조회수만 1200만회를 넘겼고, 출연 배우가 “오징어게임 기록을 넘을 것 같다”고 호언장담했던 작품이다. 스트리밍 콘텐츠 인기 집계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순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옥상에서 밀쳐져 건물 외벽에 3쿠션으로 튕겨 바닥에 처박히는 좀비 학생의 첫 장면까지는 “정말 대작이려나”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기대는 아쉬움으로 바뀌었음을 고백한다. 일단 3가지 이유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좀비로 변해버린 모습이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① 새로울 게 없었던 K-좀비

배경을 조선시대에서 요즘 시대 고등학교로, 의상을 한복에서 교복으로 바꾼 정도를 제외하면 이 작품의 좀비는 ‘킹덤’에 등장했던 좀비들과 제법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다만 한참 허약해 보일 뿐. 이번 좀비들은 학교 교실 미닫이문이나 유리창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한다. 학생들이 몸으로 밀쳐내면 그대로 나자빠지는 수준이니, 교실에서 문만 닫고 있어도 안전해 보일 정도다. 간혹 장기를 뜯어먹는 흉악한 모습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사방에서 몰려나오며 좌절감을 선사하던 킹덤표 K-좀비 명성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생각이었다. 이미 밤낮없이 뛰어다니는 좀비 정도에는 익숙해진 탓일까. 둔감해진 공포 세포를 자극하기 위해선 좀 더 진화한 모습이 나와줬어야 했다.

이번 좀비들은 교실 나무 미닫이 문조차 돌파하지 못한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② 초반부터 까발려진 좀비의 비밀

드라마에선 원작 웹툰과 차별화를 시도한 노력의 흔적들이 여럿 발견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좀비 기원의 비밀을 다루는 방식이다. 원작에선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미스터리를 쉽게 풀어주지 않고 전개를 끌고 간다. 그 궁금증이 작품을 계속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심지어 작중에선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말끔하게 풀어주지 않는다. 후기에서 우주에서 온 괴생명체 때문이었다고 살짝 밝혔을 뿐이다.

반면 드라마에선 초반부터 괴롭힘 당하는 약한 아들에게 공격성을 심어주기 위해 교사이자 과학자인 아버지가 직접 바이러스를 개발했다는 설정을 공개한다. ‘대학교수급 스펙’이라고는 하는데, 아들을 좀비로 만들 능력이 있으면 그걸로 차라리 ‘악당공격 바이러스’를 만드는 편이 마음 편하지 않았을까. 이 아버지는 학폭을 근절할 수 없다면, 세상이 멸망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그러다 정말 갑자기, 이 아버지는 좀비에게 물린 후 경찰에게 치료제 단서를 알려준다. “내 노트북에 해결법이 있다.” 치료제를 찾아내 바이러스를 해결하자는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논리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갸우뚱할 대목이다.

학교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는 학폭으로 괴로워하는 아들을 위해 과학 선생님이 실험을 통해 개발한 것이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③ ‘오징어게임’으로 높아진 기대감과 싸우기엔

드라마는 나름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했다. 다만 새롭지 않다. ‘좀비보다 무서운 요즘 고딩’이라는 건, 이미 ‘인간수업’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다. 여학생 옷을 벗기고 동영상으로 찍는 장면은 예민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논란 중이다. 좀비들 속에 고립된 딸을 둔 소방대원 아버지와 국회의원 캐릭터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 작중 비중만큼 존재감 있었는지 모르겠다. 좀비 공격으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연애감성 충만한 캐릭터는 전체 스토리 속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

전경들이 좀비로 변한 시민들을 막아서고 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킹덤처럼 좀비 기원을 둘러싼 비밀과 배경을 파고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도 아니다. 오징어게임처럼 전에 보지 못한 스타일 컨셉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단순히 좀비에 교복을 입힌 정도로는 높아진 시청자의 기대치를 채우긴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10년 전 나온 원작은 학교라는 공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좀비 떼가 출몰했을 때 미성숙한 학생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반응 묘사에 집중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도 목숨을 건지기 위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나, 어디까지 흉포해질 수 있나, 이런 질문을 간간이 던진다.

좀비를 묘사하는 시각적 작업은 기본에 충실하다.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해외에서도 초반 평이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나름 속도감 있는 전개와 청춘 감성이 가미된 좀비물은 글로벌 관객을 유인하는 요소다. 넷플릭스가 화끈한 마케팅으로 끌어올린 기대감을 채워줄 한 방, 그 한 방이 부족했다.

제2의 오징어 게임을 노리기엔 아쉬운 작품(최원우 기자)

개요 드라마 l 2022 l 한국 l 12회·회당 약 1시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진화에 실패한 K-좀비

평점 IMDb⭐7.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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