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새 서식지' 충북 음성 금정저수지 생태공원 된다

이삭 기자 2022. 1. 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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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큰새’라는 뜻의 새.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멸종위기종인 황새는 한반도 텃새였다. 1900년대 초만해도 전국에서 볼 수 있었던 황새는 한국전쟁 이후 조금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농약과 무분별한 개발, 밀렵탓이다. 충북 음성 금정저수지에서 살았던 마지막 황새 부부 중 수컷도 밀렵꾼이 쏜 총에 사라졌다. 암컷은 농약에 중독됐다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1994년 죽었다. 황새 부부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금정저수지가 생태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음성군은 이 생태공원에 황새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황새.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제공.

음성군은 금정저수지 일원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24년까지 금정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 저수지는 한국에서 마지막 황새가 서식했던 곳이다.

■‘두루미인 줄’…금정저수지 황새 서식 보도 3일만에 밀렵꾼에게 죽은 황새

1971년 4월6일 경향신문 7면을 보면 한 남성이 엽총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사진과 기사가 나온다. 사진 제목은 ‘몰지각 엽총’. 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46세 A씨로 문화재보호법과 수렵법위반혐의로 서울청량리경찰서(현 동대문경찰서)에 붙잡혔다. A씨는 왜 경찰에 붙잡혔을까. 한국에 남아있던 마지막 수컷 황새를 사살했기 때문이다. 앞서 같은해 4월1일 한 언론은 금정저수지에 황새 부부가 알을 낳아 품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확히 3일 뒤 A씨가 쏜 엽총에 수컷 황새가 죽었다. 당시 A씨는 경찰에서 “낚시를 하러 갔다가 두루미인 줄 알고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집에서는 수컷 황새의 사체도 나왔다. A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알을 품던 암컷 황새는 수컷이 죽자 둥지를 떠났고 무정란을 낳다가 1983년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됐다. 이후 서울대공원에서 살다 1994년 죽었다.

한국에서 자취를 감춘 황새 복원이 시작된 것은 이로부터 2년 뒤다. 1996년 한국교원대가 러시아에서 황새 두 마리를 도입해 인공번식에 성공했고, 2015년부터 충남 예산 황새공원 등에 풀어놓고 있다.

■“황새야 돌아와”…생태공원으로 황새 서식지 꿈꾸는 음성군

황새 마지막 서식지였던 충북 음성군 생극면 금정저수지 현재 모습. 음성군 제공.

한때 황새가 서식할 정도로 청정구역이었던 금정저수지는 농약 살포와 낚시 등으로 급격하게 수질이 오염됐다. 수질 보호에 나선 음성군은 2006년 수생식물과 야생화원을 조성했다. 저수지 관리 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도 수리시설 개보수 및 수질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이들 기관의 노력으로 이 곳은 흰뺨검둥오리, 멧비둘기, 백로 등이 찾아오는 저수지로 변했다.

음성군은 마지막 황새 서식지였던 이 곳을 오는 2024년까지 생태공원으로 꾸민다. 생태공원이란 자연생태계를 보호·유지해 자연학습, 관찰, 생태연구 등이 가능한 공간이다. 2만 5146㎡크기의 금정저수지에는 자연생태계 복원과 보존을 위해 생태경작지, 생태둠벙, 갈대습지, 생태초화원, 생태탐방로 등이 만들어진다. 또 생태계 보호를 위해 금정저수지 인근 농가들에게 무농약 농법 등을 권장하기로 했다.

음성군은 이 곳을 수레의산 자연휴양림, 응천 십리벚꽃길, 큰바위얼굴 테마파크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생태체험 명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황새 마지막 서식지인 만큼 금정저수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생태공원이 조성돼 주변 환경이 되살아나면 황새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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