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이후 걸려올 집주인 전화 "시세대로 올릴게요" [왕개미연구소]
“(저도) 남의 형편 봐줄 처지가 아닙니다. 이번에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다른 집으로 이사하면서 전세금을 3억이나 올려줬어요. 그러니 저도 돈이 필요하죠. 탐욕스러운 못된 집주인이라서 올리는 게 아닙니다.”
서울에 사는 50대 집주인 A씨는 이번 설 연휴가 끝나면 세입자에게 “시세대로 올리겠다”는 전화를 걸 계획이다. A씨는 수도권 소형 아파트를 전세주고 있는데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 세입자는 현재 묵시적 갱신과 계약 갱신권을 써서 5년 전 가격인 2억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 같은 아파트 전세는 3억원대라고 한다.
A씨는 “2년 전에 세입자가 전세금을 5%만 올리는 계약 갱신권을 쓸 것이라고 내가 각오했듯, 이번에는 세입자도 시세대로 올리겠다는 내 전화를 각오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전세금 관련 분란이 생길 수 있으니 미리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말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하반기에 도입된 계약갱신 청구권(기존 전세 계약을 5% 이내로 올리면서 2년간 연장) 만기가 도래하면서 전세금 급등 도미노가 예상되고 있다. 5% 제한이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은 2년 만기로 1회만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집주인이 시세에 맞게 전세금을 조정할 수 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WM사업부 연구위원은 “하반기부터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 만기가 돌아오는데, 집주인들은 주변 시세대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계약갱신 청구권을 썼고 또다시 계약을 연장하고 싶은 세입자 입장에선 나눠서 맞을 매를 미뤘다가 한꺼번에 맞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해 2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런 트렌드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6~11월 서울 전·월세 거래 중 신규 계약과 재계약 추이를 비교한 것인데, 갱신 청구권 제도 도입 이후 임대시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은 꾸준히 증가해 10월에는 신규 거래를 웃돌았고, 11월에는 전체의 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1월 아파트 전세 갱신 청구권 사용 비중은 70%로, 신규 계약을 압도했다. 전세금이 그 동안 많이 올랐으니, 5%로 제한하는 갱신 청구권을 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갱신 청구권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의 전세금 격차는 매우 컸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6~11월 기준으로 갱신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전세 보증금은 4억9000만원에서 5억1000만원으로 약 4% 상승했다. 반면 갱신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재계약을 했을 때는 4억7000만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약 1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계약 갱신 청구권을 한 번 써버린 세입자들은 가시방석이다. 경기도 소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 이모씨는 “2년 전에 청구권을 한 번 썼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이번에 많이 올릴까봐 걱정된다”면서 “그 동안 전세금은 치솟고 대출 금리도 너무 많이 올라서 밤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1월 기준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연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최근 전세대출 금리(평균)는 연 3.7~4.6%다. 1년 전보다 최저·최고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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