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최고 광속구 투수 고우석 딥터뷰 2 '정후에게 보내는 메시지'

김도환 2022. 1. 29.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2021년 최고 구속을 기록한 LG 트윈스 고우석 투수

엘린이(엘지 팬 어린이)였던 고우석이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지도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 153.2㎞를 기록해 한국 최고의 광속구 투수 자리에 오른 고우석의 2022년 꿈은 단연 LG의 우승이다.

고우석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공만 빨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우석의 지난해 성적은 총 63경기 58이닝서 1승 5패 30세이브(리그 5위)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했다. 하지만 제구력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지난해 고우석은 쓰라린 경험을 했다. 다름 아닌 도쿄 올림픽에서의 노메달 때문이었다. 당 초 고우석에게 도쿄 올림픽은 꿈의 무대였다.

베이징 올림픽의 9전 전승 신화를 보고 야구의 꿈을 키웠던 고우석은 금메달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고우석은 "어릴 때 봤던 올림픽은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노메달에 그친 뒤 야구팬들이 너무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일전에서의 아픔은 여전히 생생하다. 일본전 2-2 동점이던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3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병살로 끝낼 수 있었는데 1루를 밟지 못해 이닝을 끝내지 못한 것이 결국 야마다 데스토의 3타점 2루타가 됐다. 이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선 2회부터 나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는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긍정맨 고우석은 당시의 쓰라린 경험이 약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LG 트윈스 고우석 투수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편에 이어 고우석의 딥터뷰 일문일답이다.

-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의 우승이 먼저네요?

당연하다. 올해는 무조건 LG가 정상에 오르는데 일조하고 싶다. 저는 작년에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2019년에도 가능하다고 봤다. 진짜는 2022년이다. 가능성을 두고 항상 똑같이 최선을 다해 전진한다. 만약에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올해는 LG가 정규시즌부터 우승해서 기다리고 있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개인적인 목표는?

팀 이야기가 아직 조금 더 남았다. 3년째 계속 가을야구만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또 떨어지고 많이 깨달았다. 이제는 다 열심히 하는데 운이 더 따라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진짜 노력이 부족한 건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도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고 내 힘으로 뭔가를 해내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노력밖에 없다는 걸 안다. 고우석 1명으로 모든 게 바뀌진 않겠지만, LG 트윈스에 정말 큰 힘이 되고 싶다.

그러고 나서 개인적인 타이틀이다. 내년이면 4년째가 되는데 부상 없이 완주해서 마지막 시상식에서 타이틀을 하나 가져가고 싶다. 양복을 매년 똑같은 것만 입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 한 벌 맞춰보고 싶다.

-김현수 선수가 FA였지만 LG 트윈스에 남았다?

대선배님이시다. 팀에 남아줘서 너무 좋다. FA 선수가 팀에 남는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란 것도 생각하게 됐다. 김현수 선배님뿐 아니라 박용택 선배님에 대해서도 다시 존경스럽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 20억 원 이야기인가?

박용택 선배님이 20억 원을 포기하고 LG 남았다는 기사를 봤다. 사람 마음이 이천 원만 더 준다고 해도 옮겨지게 마련이다. 그냥 저는 뭐랄까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이라서 잘 모르겠다. 어린 마음에 솔직히 20억 포기하면 되지만, 평생 LG 남을 거야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막상 나한테 그런 일들이 오면 어떨까? 정말 깊게 생각해보면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게 프로 아닐까. 프로라는 세계는 비즈니스이니까... 그래서 정말 박용택 선배님이 대단한 분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그런 걸 딱 벗어나서 LG라는 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 야구 선수 말고 사람 고우석으로 하고 싶은 것은? 독서 또는 여행 이런 것들이요?

와 질문 색다르다. 좋다 하하하. (고우석은 폭소를 터뜨렸다.) 물론 야구밖에 아는 게 없지만 다른 걸 조금 공부하고 싶은 것은 있다. 책 이야기 하시니까 책을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만화책이라서... 나한테 시간이 있다면 언어 공부다. 이제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리그가 2개가 더 있다. 일본어도 있고 영어도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시작을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언어 1개 정도는 더 배우고 싶다.

- 그러면 기습질문이다. 미국이나 일본 진출도 염두에 둔 포석인가?

당연하다. 해외 진출은 야구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꿈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기사가 잘 안 난다. 난 항상 좋아하는 선배들처럼 미국도 가고 싶고 일본도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주위에서 저를 그렇게 평가를 하지 않나 보다. 아직 해외 진출 기사는 없다. 하하하. 기사가 잘 안 난다. 그래서 목표가 또 생겼다. 그런 기사가 날 수 있도록 나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다.

- 평상시보다 가을 야구 등판이 더 떨리나?

앞에 수식어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뭐 승차가 몇 경기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경기라든지 아니면 포스트시즌이라든지 그런 수식어를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언제나 공 1개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시즌 첫 번째 경기든 마지막 경기든 그래서 똑같이 긴장하고 똑같이 던지는 것이다.

- 들으면 들을수록 마무리가 힘들 것 같다?

좋은 쪽으로 끝낼 수도 있고 안 좋은 쪽으로 끝날 수도 있고 그런 자리에 있는 선수다. 모르겠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그냥 받는지도 모르고 가는 건지 어떨 때는 그냥 의식 없이 던진다.

- 한국시리즈 우승을 생각하고 택일해달라. 마지막 타자를 삼진 잡고 우승했다.
1) 김광현처럼 뒤돌아서 멋진 세리머니?
2) 유강남한테 고개 숙이고 인사한다?

상상만 해도 기쁘다. 1번도 좋고 2번도 좋은데 그것보다 개인적으로 모든 선수가 마운드에 있는 저한테 다가오는 거다. 안 띄우고 뭐 하냐 그렇게 하고 싶은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포수랑 뭔가를 할 것 같지 않나... 일단 당장은 감정이 폭발할지 모를 것 같고... 2022년이든 2023년이든 언젠가 현실이 되는 날이 꼭 올 것이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해봤으면 좋겠다.

LG 고우석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한 2021시즌 타격왕 키움 이정후


- 마지막은 이정후와 고우석의 덕담 메시지 교환이다. 이정후의 메시지를 들어주세요~
(이정후 인터뷰가 먼저 진행됐고, 이정후의 영상 메시지를 고우석에게 전달했다.)

이정후:
우석아. 2020년에 수술도 하고 힘들었을 텐데 그것을 다 이겨낸 모습 친구지만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웠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30세이브 넘겼더라!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야구 경기를 하면서 우석이 너를 봐 왔는데 크지 않은 신체조건임에도 그런 부분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우석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많은 걸 느꼈다. 작년엔 가을야구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 쌓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도쿄 올림픽 노메달 때에도 힘든 시간 잘 이겨낸 것 같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당시 얼마나 힘들었나. 또 우리가 아시안게임에 같이 나갈 수 있는데 꼭 같이 갔으면 좋겠다. 그때 가서는 댄스 하지 말고(1루 베이스 못 밟아서 스텝 밟았던 순간) 눈 감고도 베이스 찾을 수 있는 그런 우석이가 됐으면 좋겠다.

고우석:
(농담조로) 편지는 잘 받았는데. 대표팀 이야기할 때 완전 진심이 느껴지고 앞부분은 그냥 짜내는 모습이 확 티가 나네. 하하하. 이거 앞부분은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네. 답장해야 하나? 아 쑥스럽다. 그래도 뒷부분은 진심이 느껴지는구나. 그리고 2021시즌 타격왕 정말 축하하고 2022년엔 타이틀같이 먹을 수 있도록 해보자. 시상식같이 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자, 정후야!

김도환 기자 (baseball36@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