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물동량 늘고, 운임 오르고..갈길 먼 글로벌 물류 정상화

박수현 기자 2022. 1. 29. 0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SI "공급망 정체 장기화되며 운임 강세 이어질 것"
운임 상승으로 수출기업 부담 가중
"인프라 재건 없이는 어떤 노력도 단기 처방에 불과"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던 해상 운임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항만의 적체 현상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도 이어지면서 장기적 회복은 더뎌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말·연초를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5053.12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5094.36에 비해 41.24포인트 떨어지며 2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유럽 노선 역시 11주 만에 하락하며 1TEU당 운임이 7787달러로 전주 대비 14달러 떨어졌다. 중동 노선도 3575달러로 전주 대비 120달러 하락했고, 호주·뉴질랜드 노선도 63달러 떨어진 4610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남미 노선은 180달러 하락하며 9988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해상 운수에 관한 보고서에서 “해운 시장은 1월 말 중국 춘절 연휴를 시작으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비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숨 고르기가 예상된다”며 “작년에도 1월 셋째 주부터 SCFI가 둔화됐다. 최근 운임 조정은 단기에 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해운시황분석 전문기관인 MSI도 올해 운임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MSI는 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컨테이너선의 시장 수급 불균형은 다소 완화되지만 공급망 정체가 장기화되며 운임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신조 컨테이너선 인도가 예정된 2023년까지 고운임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해운사 HMM 소속의 컨테이너선 인테그랄호가 2021년 11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 주변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상 운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물동량이 늘면서 급격히 올랐다. 미국 태평양상선협회(PMSA)에 따르면 2021년 1월에서 8월 사이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을 통해 수입된 화물량은 약 689만TEU로 2019년 대비 23%,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령 등으로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물류 체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글로벌 해운업계의 줄도산도 이와 맞물려 미주 서부해안 항구 10곳 중 7개 항구의 상습적 정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 항구에서의 병목 현상은 원양 항로의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고, 인근 항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미 서부 항만 노조인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은 지난달 항만 운영사 단체인 ‘태평양해사협회(PMA)’ 측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이 올해 재개되더라도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고 결국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항만 운영 시간 확대, 트럭 운전사들에 대한 수수료 혜택 제공 등 그간 시행했던 정책을 통해 공급망 차질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프라 재건 없이는 단기적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미국 달라스 무역관이 지난해 11월 현지 101개 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미 정부의 노력이 물류 대란을 해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6.9%에 불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0일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 항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의회를 통과한 인프라 예산안의 대국민 홍보를 위해 전국 투어에 나섰다. /연합뉴스

운임이 오르면서 해운업계는 수년만의 흑자를 달성했다. 전 세계 상위 7개 선사(비상장사 MSC, ONE 제외)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합산 규모는 약 622억달러(약 71조원)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596억달러(약 70조원)다.

반면 운임을 감당해야 할 수출 기업들은 침체기를 맞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입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수출입 물류 전망과 기업의 대응 과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수출입액 대비 물류비 비중 전망을 묻는 질문에 ‘올해와 비슷(47.8%)하거나 증가(43.4%)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91.2% 달했다.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8.8%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선 어떠한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운임 등 물류비 급등’과 ‘선박・항공 확보 애로’라는 답변이 각각 39%와 21%를 차지했다.

물류 정상화 시기를 둘러싼 전망도 제각각이다. 프랑스 신용보험사 외러 에르메스는 지난달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비자 수요가 정점에 달했고 ▲제조업체들의 재고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선박 수 역시 증가하고 있어 약 6개월 뒤면 지금의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러 에르메스는 “팬데믹 기간 통행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서비스에서 재화로 이동했던 가계 지출은 코로나19의 재유행이라는 부정적인 시나리오 앞에서도 점차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선진국에서는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 기간 구매한 재화의 교체 주기 역시 최소 수년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외러 에르메스는 이어 “제조업체들도 2020년 초 재고를 줄인 후 전례 없는 수요 반등에 대처하기 위해 재입고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미 대부분 부문에서의 재고 수준은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높아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더 많은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증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정상보다 높은 가동률’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다만 유럽의 경우,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도 나쁘지 않아 올해 안에 미국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믿고 항만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유럽에서의 정상화는 2022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외러 에르메스는 글로벌 선사들이 팬데믹 이후 경쟁적으로 신규 컨테이너선를 발주하며 선복량 확대를 꾀하는 점에도 주목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덴마크 머스크는 17만TEU, 스위스 MSC는 90만TEU, 프랑스 CMA CGM은 52만TEU, 중국 COSCO는 58만TEU,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41만TEU 규모의 신규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지난해 10월까지 전년동기대비 804% 증가한 110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규모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물류 그룹인 DSV의 옌스 비요른 안데르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보다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금의 물류난을 “30년 이상 업계에 종사해오면서 겪은 역대 최악의 사태”로 평가하며 “‘정상화’의 의미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결코 정상화될 수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 FT는 업계가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정부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1300만명 규모의 중국 대도시 시안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지난달부터 20일 가까이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항구도시 닝보도 이달부터 일부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FT는 중국의 춘절 연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며, 오히려 이 시기를 이용해 미국·유럽 지역에서의 발주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