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아 13명 거둔 할머니를 '불순분자'로 비난..내각 기관지에

정래원 2022. 1.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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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3명의 고아를 입양해 보살핀 한 할머니를 아이들에게 반공사상을 주입한 불순분자라며 공개 비난해 눈길을 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26일 게재한 '수십 년 만에 드러낸 독사의 정체' 제목의 기사에서 "어느 한 고장에서 '애국자 할머니'로 둔갑하고 있던 계급적 원쑤(원수)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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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신분 위장해 반공사상 전파하다 적발"..격앙어조로 몰아세워
얼어붙은 임진강 20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임진강이 한파에 얼어 있다. 2022.1.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북한이 13명의 고아를 입양해 보살핀 한 할머니를 아이들에게 반공사상을 주입한 불순분자라며 공개 비난해 눈길을 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26일 게재한 '수십 년 만에 드러낸 독사의 정체' 제목의 기사에서 "어느 한 고장에서 '애국자 할머니'로 둔갑하고 있던 계급적 원쑤(원수)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즉 '고난의 행군' 시기에 두세 살 짜리 고아 13명을 거두어 키우면서 '애국자 할머니'로 추대됐지만, 알고 보니 아이들에게 반체제 의식을 심어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려는 '흉심'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란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생겨난 때를 말하는데, 당시 부모 잃은 아이들이 '꽃제비'로 불리며 길거리를 떠돌아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됐었다.

신문에는 독신인 이 여성이 북한에서 우대를 받는 '핵심 계층'인 '전쟁 피살자 유가족'으로 둔갑했으나 사실은 함경남도 대지주의 딸이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더욱이 그가 갈 곳 없는 고아들을 거두는 '천사표'로 위장하고 아이들을 체제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갖도록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철부지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놓은 이X는 입만 벌리면 '너희들의 부모는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거나 매 맞아 죽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절대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껄여대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괴벽한 아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한 주변 사람들과 아이들의 증언으로 이 여성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가 정체를 들킨 후에는 '머슴 놈들의 세상을 위해 수십 년 세월 일한 게 분하다. 하다못해 불이라도 질렀을걸'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며 지독한 인물로 묘사했다.

北 탁아소 어린이 사상 주입 위해 활용된 포스터 평양 장천협동농장 탁아소 내부에 걸린 포스터의 모습. 2016.6.1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북한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계급적 원쑤'로 부른다. 통상 이들의 사례는 주민들을 모아 놓고 실시하는 비공개 사상 교육 자리에서 공유되곤 한다.

그러나 내각 기관지의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다.

특히 북한은 결혼하지 않은 채 많은 고아를 맡아 양육하는 여성을 '처녀 어머니'로 부르며 '순도 100% 모범 사례'로 홍보하고 충성도 제고 선전에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보도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여성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처녀어머니'로 널리 알려져 굳이 숨기기보다는 주민들에게 체제 전복을 노리는 숨은 '계급 원수'가 많다고 각성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속내로 보인다.

민주조선이 내각 및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기관지로 북한 정권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신문임에도 이 여성에 '이 X' 등 비속어와 격앙된 문체를 거침없이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주민을 통제하고 사상 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민생고가 가중되고 주민 불만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사상 이완을 막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신문은 '내부의 적'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는 듯이 "독사는 몇십번 허울을 벗어도 독사"라는 심각한 교훈을 새겼다고 덧붙였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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