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우리나라 1호 보험 주인공은 '소(牛)'

김희정 2022. 1. 2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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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우리나라 최초 보험계약 대상은 사람이 아닌 '소'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897년 발행된 대조선보험회사 보험증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보험사 직원들은 소 키우는 집마다 찾아다니며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고 윽박질러 보험료를 강제로 징수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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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적은 보험금·우세(牛稅)논란에 폐지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주]

새해를 맞아 오늘은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에 대해 알아볼게요. 우리나라 최초 보험계약 대상은 사람이 아닌 '소'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897년 발행된 대조선보험회사 보험증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전해진 보험증권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죠.

벼농사 중심의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웠던 만큼, 노동력의 원천이었고 집안의 가장 큰 재산이었죠.

옛날에는 소를 팔아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고 해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불렀을 정도니까요. 때문에 우리나라는 예부터 소를 한 가족처럼 여기며 가장 친근하고 유용한 동물로 꼽아왔습니다.

소 보험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일종의 가축보험으로 보험대상인 소가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합니다. 소 보험 증권에는 소의 털 색깔과 뿔의 여부, 상태 등이 기록됐고요. 보험료는 소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1마리당 엽전 1냥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 보험은 100일 남짓 지속되고 폐지됐다고 해요.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인데요.

먼저 보험금이 문제가 됐죠. 당시 소 1마리의 값은 보통 500냥 정도였는데 소 보험이 보장하는 보험금이 턱없이 적었던 겁니다. 크기가 큰 소는 100냥, 중간 크기 소는 70냥, 작은 소는 40~50냥을 책정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여기에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기록마저 없다고 하고요.

소 보험으로 나타난 폐해는 독립신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매국노의 대명사격인 이완용의 형 이윤용(당시 농상공 대신)이 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의 시장 거래를 금지하면서 반발이 더 세졌다고 합니다. 

보험사 직원들은 소 키우는 집마다 찾아다니며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고 윽박질러 보험료를 강제로 징수했고요. 적절한 보험금도 받을 수 없는 데다, 보험이란 제도에 대해 아직 잘 몰랐던 농민들은 이를 '우세(牛稅)'로 받아 들였고 원성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소 보험은 사라지게 됐죠.

100여년이 흐른 다음에야 축협중앙회가 가축 공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간 정부 보조 하에 소에 대한 가축 공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소 보험이 부활하게 된 건데요.

현재는 가축재해보험으로 진화해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단계적으로 대상 가축 종류를 확대해 올해 기준 소, 말, 돼지, 닭, 오리, 토끼 등 16종의 가축이 보험보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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