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가' 사령탑의 우려는 현실이 된다.. 허나 얻은 것도 있다
[삼산=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경기 전 박미희 감독이 드러냈던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그러나 또 그의 말대로 얻은 것 또한 없지 않은 경기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2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현대건설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20-25, 17-25, 20-25)로 패배했다.
다소 무기력한 패배였다. 팀의 주포 캐서린 벨(캣벨)의 부진이 너무 뼈아팠다. 캣벨은 이날 단 1득점에 그쳤다. 오픈 공격 5개 중 1개만 성공시켰을 뿐, 퀵오픈(0/6), 후위공격(0/3) 모두 말을 듣지 않는 최악의 부진이었다. 범실 2개에 상대 블로킹에 막힌 공격도 4개나 된다. 캣벨은 이날 공격성공률이 7.1%에 그치는 굴욕을 맛봤다.
그에 따라 1,2세트는 일찌감치 정윤주와 교체되며 코트를 떠났다. 3세트는 아예 스타팅으로 발탁되지도 않고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경기가 꿀맛 같은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펼쳐진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휴식기간 몸을 만들고, 외인 선수로서 자신이 맡은 에이스 역할을 다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이날 캣벨에게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미희 감독도 경기 후 “무릎이 안좋다고는 하는데 그거랑 상관없이 본인 책임을 다 못했다. 책임감 가질 수 있도록 질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라며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캣벨을 지적했다.
하지만 휴식 이후 첫 경기였다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마냥 캣벨을 나무랄 수는 없다. 캣벨이 흥국생명에서 홀로 감당하고 있는 짐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
캣벨은 현재 여자부 득점 선두(645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기록에는 맹점이 있다. 캣벨은 25경기에서 91세트를 소화했다. 모두 외인 선수 중 최다 경기 최다 세트다. 그만큼 그에게 주어진 공격 횟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흥국생명에는 캣벨과 쌍두마차를 이뤄줄만한 주축 선수가 부족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다른 지표가 바로 공격 성공률이다. 캣벨의 공격성공률은 37.03%로 전체 7위로 결코 낮진 않지만, 외국인선수로 좁혀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교체가 있었던 IBK기업은행(레베카 라셈→달리 산타나)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다. 성공률이 떨어짐에도 누적 득점이 1위라는 것은 그만큼 흥국생명의 공격이 캣벨에게 쏠려 있다는 뜻이다.
실제 그의 공격 점유율은 46.18%로 매우 높다. 박 감독도 “지난 라운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역시 캣벨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가 컸다는 점”이라며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리스크’는 바로 캣벨의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팀 전체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흥국생명은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력하게 홈팬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매 세트 흥국생명은 잘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분위기를 살려 리드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가 갈리는 순간에 책임을 다해줄 ‘에이스’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인천 팬들에겐 너무 잔혹했다.
하지만 수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전 “설령 패하더라도 얻는 것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라는 박 감독의 말처럼 이날 흥국생명에서는 정윤주가 반짝였다.
정윤주는 올해 암흑기에 빠진 흥국생명의 몇 안되는 히트상품이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프로 새내기 정윤주는 올 시즌 이윤정(한국도로공사), 정호영(KGC 인삼공사) 등과 함께 쟁쟁한 신인왕 후보로 분류되며 존재감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박 감독은 정윤주에 대해 “예체능은 어느 분야든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타고나는 부분이 무조건 있어야하는데 (정윤주는) 그 부분에서 좋은 점을 갖췄다”고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정윤주가 가지고 있는 피지컬에 주목한 것. 앞으로 더 갈고 닦는다면 흥국생명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이날도 정윤주는 에이스를 대신해 중간에 투입돼 큰 인상을 남겼다. 1세트부터 5점을 몰아치며 손끝을 달궜다. 팀 전체가 가라앉은 2세트를 지나 3세트에는 스타팅으로 나서 팀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팀을 홀로 이끈 것. 이날 정윤주는 공격 점유율이 24.3%로 팀 내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면서도 44.4%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13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는 어린 제자에 대해 박 감독은 미안함도 드러냈다. 그는 “(정)윤주 정도 막내면 분위기가 좋을 때 투입되면 좋은데, 팀이 안될 때 투입되다보니 자꾸 부담을 주게 돼서 안타깝다”며 “이럴 때 분위기를 바꿔보고 잘 견디면 성장 속도가 빠를 것이다. (현대건설전) 주눅들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잘했다”고 칭찬을 빠트리지 않았다.
올시즌 흥국생명이 봄배구를 하려면 기적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기도 하고, 흥국생명은 아직 그 기적을 잡아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기에 정윤주라는 미래를 볼 때다. 뿐만 아니라 이주아, 김채연 등 젊은 센터라인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남은 흥국생명의 시즌은 이들을 주목해봐야 한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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