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인생 살자" 취업·결혼 안풀리는 2030이 찾는 이곳
이름 바꾼지 1년만에 또 신청도.. 예전엔 주로 놀림 당해 改名
경북 구미시에서 7년째 작명소를 운영 중인 홍라겸씨는 얼마 전 찾아온 20대 취업준비생인 A씨에게 새 이름을 지어줬다. A씨는 작명소를 찾아와 “스펙은 부족한 게 없는데 이력서를 낼 때마다 떨어져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름 바꾸면 취업길이 열릴까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고 한다. 홍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들 때 ‘최후의 수단’처럼 작명소를 찾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2005년 대법원이 ‘개명(改名)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 개명은 드물지 않은 일이 됐다. 작년 한 해에만 개명을 한 사람이 전국 12만7855명에 이르는 등 매년 12만~13만명 안팎이 이름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과거엔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와 같은 이유로 개명을 주로 신청했는데, 최근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진학이나 취업, 연애, 결혼 등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개명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답답한 상황을 돌파하는 실마리로 개명을 택하는 것이다.
‘유진’이란 이름을 쓰다 최근 개명한 대학원생 정모(25)씨는 “처음엔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이름이 내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직장인 서모(29)씨도 대학을 졸업한 후 해외로 워킹홀리데이(일을 하며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것)를 다녀온 뒤 최근 이름을 바꿨다. 그는 “취업을 앞두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새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개명을 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SNS)에는 종종 ‘개명 허가’를 받았다는 인증 사진이 “제2의 인생 시작” “앞으로 즐겁고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와 같은 글과 함께 올라온다.
작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름을 지으려 상담을 하다 보면 젊은 세대의 어려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작명소를 운영하는 공성윤씨는 “최근 들어오는 문의 중 40% 정도가 20~30대”라며 “요즘 명문대를 나와도 취직이 안 되니, 개명이라도 해볼까 하는 절절한 심정으로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젊은 층이 온라인에서 회원 아이디(ID) 바꾸듯 손쉽게 개명을 하려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명 신청을 받아 허가를 내주는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개명은 개인의 권리지만, 이름을 바꾼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개명을 신청하거나 서너 번씩 계속 개명을 신청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를 위해 개명하겠다는 걸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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