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여야 재보선 무공천, 쇄신 경쟁 맞나
무소속 출마 열어주면서 대선 후 복당 ‘꼼수’ 쓸 건가
오는 3월 9일엔 전국 5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이다. 모든 정당이 총력전을 펼쳐야 정상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설을 앞두고 5곳 중 3곳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이 스스로 사퇴했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곳이다. 재·보선을 치르게 된 원인이 민주당에 있으니 무공천이 당연하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도 그렇게 돼 있다. 민주당은 당 소속 시장이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작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유발했다. 하지만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다. 그런데도 대선이 임박해서야 재·보선 무공천 카드를 꺼냈다. ‘부도덕으로 도덕을 가르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공천 방침을 발표한 여당 대표는 자기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바람에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도 공론화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 메아리는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여당 대표를 향해 “다음 대선에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여당 최다선 의원은 용퇴론을 “배가 아픈데 발등에 소독약 바르란 얘기”라고 했다. 당내 공감대가 거의 없는 대선용 급조 카드란 뜻이다.
여당 속셈이 뭐가 됐든 공은 국민의힘에 넘어왔다. 국민의힘 사람들은 처음엔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재보선 ‘5대0′ 승리가 눈앞에 아른거렸을 것이다. 민주당 무공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2곳은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란 말을 듣는 선거구다. 그런 국민의힘에서 어제 대구 중남구 무공천을 결정했다. 이곳은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게 되자 사퇴한 곳이다. 국민의힘은 무공천 결정을 “책임정치”라고 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여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마당에 공천하기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 무공천이 책임정치에 맞는지 의문이다. 이런 의심은 국민의힘 스스로 키웠다. 이곳은 선관위에 등록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만 11명이다. 현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무공천 결정 소식에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돌아오라는 당의 명령”이라고 했다. 현직 최고위원이 이러니 다른 예비후보들 연쇄 탈당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 후보자 주변에선 “공천 탈락 위험이 사라졌으니 오히려 잘 됐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 이들의 복당을 불허할 자신이 있나. 그렇지 않다면 눈속임이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은 공천 신청자 탓에 교통정리가 어렵자 오히려 무공천을 택했다는 의심이다.
공천에 관한 한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한 흑역사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 시절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려고 의원직을 사퇴한 한 인사가 경선에서 패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로 인해 치르게 된 보궐선거에 그를 공천해 배지를 다시 달아줬다. 그전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한 의원이 대법원 판결 선고 전 사퇴했다. 그리고 형 확정 전에 사퇴하면 다시 출마할 수 있는 당시 선거법 허점을 이용해 보궐선거가 열리자 다시 출마해 당선된 일도 있다. 이런 한나라당에 한동안 여론이 들끓었지만 얼마 안 가 집권도 했다. 이런 승리 경험에 취한 결과가 나중에 ‘묻지마 공천’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엔 이번이 기회다. 마침 대통령 후보가 정치 신인이다. 당대표도 ‘36세 0선’ 청년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섭다는 ‘사람 빚’이 적지 않은가. 반면 두 사람은 상식을 지키겠다는 ‘말빚’을 국민에게 지고 있다. 보수 진영 사람들은 탄핵 사태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탄식했다. 그런 지지자들에게 표를 달라는 국민의힘이라면 “정치는 현실”이라며 물러서선 안 된다.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심쿵’ 공약이 별건가. 실천할 수 있는 걸 실천하는 게 책임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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