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위로받고 용기 얻어.. '인생 음악' 한 곡쯤 있어야죠"
“클래식 음악에는 다른 음악보다도 많은 감성이 담겨있어요. ‘감성의 파노라마’라고 할까요.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서기열(69)씨가 27일 아끼는 LP 음반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곧 칠순인 서씨는 클래식 음악을 50년 넘게 들어온 클래식 애호가다. 평생 은행원으로 일해온 서씨는 처음엔 취미로 클래식을 들었다. 그러다 음악의 역사적 배경, 작곡가의 일생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 음악 지식이 쌓이면서 원불교 문화원에서 클래식 해설 강의를 했고, 4년 전엔 WBS원음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내 마음의 클래식’도 진행했다. 최근 클래식 300곡을 엮은 책 ‘내 마음의 클래식’을 냈다. 책에는 300여 곡에 달하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적 배경, 작곡가의 일생 이야기 등을 담았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와 일러스트 작가인 서씨의 딸이 그린 그림도 더했다.
클래식 사랑은 중학교 때 시작됐다. 음악 시간에 에밀 발퇴펠의 ‘스케이터의 왈츠’를 들었을 때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스케이터의 왈츠는 발퇴펠이 1882년 프랑스 파리의 불로뉴 숲에 있던 스케이트장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왈츠곡이다. 서씨는 “그때는 국내에서 음반을 구하기도 어려워 음악 시간만 기다렸다”며 “대학생 시절엔 종로 ‘르네상스 음악 감상실’에서 클래식을 즐겼다”고 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도 클래식 사랑을 놓지 않았다. 직원들과 함께 ‘수요 클래식 다과회’를 제안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클래식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삭막했던 사무실에 생기가 돌았다. LP 음반이 많은 집에 직원들을 초대해 작은 클래식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부서를 옮길 때면 함께하던 직원들이 ‘사무실에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아 허전하다’고 편지를 쓰곤 했죠”. 1981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그는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내고 2017년 퇴직했다.
서씨는 “처음 클래식을 들으면 서정적인 멜로디만 들리지만, 역사를 알고 들으면 그 곡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클래식 음악’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꼽았다.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빈을 침공했던 1809년, 숨어 지내던 베토벤이 난청을 겪으면서도 만들어낸 음악이다. 서씨는 “평생 클래식 음악에 절절하게 위로받고, 공감했고, 용기를 얻었다”며 “많은 사람이 ‘인생 클래식 음악’ 한 곡쯤은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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