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대만 허물려는 중국의 노래

정지섭 국제부 차장 2022. 1.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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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을 두고 연초부터 양안(兩岸)이 시끄럽다. 중국이 대만 음악인들을 섭외해 제작한 노래에 대해 대만이 반발하면서다. 문제의 곡은 최근 발표된 ‘우리가 함께 부르는 이 노래(我們同唱一首歌)’다. 중국 작곡가 양중난과 대만 작사가 팡원산이 함께 만들고, 중국 가수 위안야웨이와 대만 가수 샤오징텅 등이 불렀다. 서정적인 가사와 선율로 가족애와 향수(鄕愁)를 중국어와 대만 민남어로 노래한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대만 동포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다 함께 모일 수 있기를 희망하는 감정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만의 대중국 기관 대륙위원회는 장문의 비판 성명을 냈다. “중화민국은 주권국가이며, 한순간도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분인 적이 없다. 중공은 문화 예술을 그들의 정치 이데올로기 전파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통전(統戰) 가곡은 대만인들의 반감만 더 살 것이며,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노래를 대만 존립을 위협하는 공산당 통일전선 전술의 일환으로 본 것이다.

노래 한 곡에 과민 반응하는 건 아닐까. 뮤직비디오를 보면 대만의 위기의식에 공감하게 된다. 대만에 사는 후손들이 중국 할아버지 댁을 찾아 가족과 재회한다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대만과 중국에 각각 세워져있는 바다 여신 마조신의 닮은꼴 석상을 나란히 보여준다. 민족적 동질성을 앞세워 중국에 의한 흡수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장면이 곳곳에 나온다. 중국의 군사 위협과 외교적 고사 작전에 악전고투했던 대만은 이 노래를 새로운 화전 양면 전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한이 전날인 27일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사진은 지대지 전술유도탄으로 "목표섬을 정밀타격했으며 상용전투부의 폭발위력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된다는 것이 확증됐다"라고 신문은 전했다./노동신문 뉴스1

대만의 상황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북한은 새해 첫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을 포함해 여섯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실험 재개까지 공언하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인데 청와대와 군은 북한 눈치 보기 급급하고, 대다수 국민에겐 관심 밖 일이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오랜 기간 대북 유화책으로 우리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탓이 크다. 북한을 선량한 민족의 일원으로 그린 영화·드라마·책 등 문화 콘텐츠가 쏟아졌고, 인위적 남북 교류, 올림픽 공동 입장이나 철도 연결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곁들여져 북한 정권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졌다.

북한은 지난해 한류를 중대 국가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반면 우리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소리를 하면 오히려 뉴스가 되는 사회가 됐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이면서 한편으로는 북한 정권의 위협에 직면한 분단국가다.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선전술에 길들여져 사회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대만 상황을 교훈 삼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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