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55] 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17살 소년 엘리오(티모테 샬라메 분)는 이탈리아의 한적한 별장에서 가족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전원의 낭만에 푹 빠진 엘리오의 잔잔한 일상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온 올리버(아미 해머 분)의 등장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기 방을 내줘야 하는 엘리오는 창문 너머로 올리버를 보자마자 “찬탈자 등장!(The usurper!)”이라며 혼잣말을 한다. 바로 저 사람이 얼마 후 내 마음속 왕좌를 송두리째 차지하고 내 인생을 뒤흔들 인물이란 걸 암시하는 듯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2017)’의 한 장면이다.
사랑에 서툰 엘리오는 은근한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오는 올리버에게 속수무책이다. 그저 퉁명스러운 태도로 고개를 돌릴 뿐 올리버를 향한 묘한 감정은 숨겨지질 않는다. 어린아이처럼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던 엘리오는 감정을 숨기다 못해 울음처럼 터뜨리고 올리버는 능숙하게 그 감정을 받아들인다. 둘만의 은밀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들의 사랑은 이탈리아의 뜨거운 햇살처럼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올리버가 연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젊은 날의 짧고 행복한 추억으로 생각하는 올리버와 달리 헤어질 준비조차 되지 않은 엘리오는 애써 태연한 척 슬픔을 안으로 삼키며 무감한 표정만 짓는다.
엘리오의 아버지 펄먼(마이클 스털버그 분)은 엘리오를 앉혀 두고 조용히 말을 건넨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 번 주어진단다(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그런데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되지.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시점이 오고 다가오는 이도 적어진단다.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머스크 형님, 믿습니다. 테멘”...테슬라 주가, 올해 처음으로 수익률 플러스 전환
- 붉은 피로 물든 바다…해변서 놀던 美 여성, 상어에게 물렸다
- 수도권, 강원도에 비광주··· 전남 폭염특보 지속
- 가해車 사고 이력 보니…6년 간 6번 사고
- 스페인·프랑스, 유로 4강 진출… 호날두·크로스는 쓸쓸히 작별
- ‘욕설·고성’ 손아카데미 경기 영상 보니... “긴박한 상황서 과격한 표현” 해명
- [WEEKLY BIZ] 비만치료제의 아버지 조엘 해버너 교수 “아귀 췌장에서 발견된 물질이 인류 건강에
-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 母 “원수 갚고 따라갈게” 울분
- 시니어 무대 정복한 ‘이론가’ 모중경
- [Minute to Read] S. Korean gov’t projects economic growth rate at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