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 설화·민화 속 공통 코드 '신데렐라'
이집트 '로도피스의 신발' 원조
인류 발자취 많은 부분 연결돼
현실과 괴리 클수록 인기 높아
소박하고 평범했던 한 소녀의 삶에 시련이 닥쳐온다. 어머니를 잃고 계모가 들어오면서 이 소녀는 순식간에 하녀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한다. 하지만 이 가여운 소녀 곁에 조력자가 등장하며 희망이 생겨난다. 조력자로부터 신비한 힘을 얻게 돼 순종적이었던 소녀는 입체적 인물로 거듭나 무도회에 참가한다. 소녀는 무도회에 남기고 간 구두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예외 없이 ‘신부 시험’을 치르고, 무사통과한 소녀는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간다.
참으로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 ‘신데렐라’다. 신데렐라 서사의 ‘원조‘는 유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럽을 벗어난 지역에서도 신데렐라는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는 물론 동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등 인류가 마을을 이루고 문명을 꽃피운 지역이라면 어김없이 구전돼 왔다. 다만 한국에는 ‘콩쥐팥쥐’, 저 먼 남방의 미얀마에는 ‘떰과 깜’ 등의 이름으로 말이다.
문명 탐사가인 하마모토 다카시는 세계 각지의 설화와 민화 속에 공통된 코드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중심에서 신데렐라를 발견했다.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서사는 적어도 기원전 5∼6세기까지 올라간다.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로,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저술한 ‘역사’에 기록돼 있다. 아프리카에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서사가 남아 있다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의 대이동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나와 세계 각지로 대이동을 할 때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거듭 행복을 추구하는 고대인들의 꿈과 희망의 과정이 바로 신데렐라 서사의 구조다.
저자는 시대와 지역을 넘어 소녀들은 왜 하필 ‘구두’를 놓고 간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신발이 딱 맞는다는 것은 민속학적으로 결혼을 통한 성적 화합을 의미한다. 이런 상징성이 신데렐라 서사에서는 구두 모티프로 계승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다만 동화라는 특성에 맞춰 노골적이지 않게끔 어디까지나 암시에 그치고 있다.
‘계모’ 역시 모든 신데렐라 스토리의 공통된 키워드다.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이야기는 가족 구성의 변화 및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중세에서 근대 초기,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전쟁과 출산으로 인한 사망이 잦아지며 가족관계는 무너졌다. 그 결과 교회는 대부, 대모제를 마련했고 친부모에 후견인 부모를 더한 독특한 자녀 양육 방식을 장려했다. 그러나 가족 구성이 단순해지며 아이들은 또다시 가정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현대 페미니즘의 정반대에 서 있는 신데렐라 서사는 거꾸로 그것이 당시의 현실이었고 희망이었다.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거듭 행복을 추구하는 고대인들의 꿈과 희망의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동 학대가 빈번히 일어났던 당시 상황에 대한 고발자였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었던 신분상승에 대한 꿈이었다. 신분제도가 고정됐던 사회에서 결혼 상대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운명을 거슬러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하며 신분 상승까지 이루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디즈니의 ‘신데렐라’에도 역시 이 같은 소망이 담겼다. 19세기부터 국가적으로 강조한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은 ‘신데렐라’의 연출에서 계승된다. 공교롭게도 경제적인 격차가 커서 신데렐라의 세계는 말 그대로 꿈일 뿐이며 현실과는 엄청나게 괴리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역설적이지만 그 차이가 클수록 고난을 견디는 신데렐라의 인기는 높아진다. 서민들은 디즈니랜드처럼, 물거품 같은 허황된 꿈속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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