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까' 늪에 빠진 갈라파고스 민주당 [2030 세상보기]

2022. 1.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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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미국 제41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는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를 상대로 선거 초반 18%포인트가량 뒤지던 여론조사의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당시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죄수 윌리 호튼이 주말 휴가제도를 이용해 교도소 밖으로 나갔다가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는데, 부시 측은 이게 사형제를 반대하고 죄수들에게 휴가를 준 듀카키스 때문이라고 맹공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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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988년 미국 제41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는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를 상대로 선거 초반 18%포인트가량 뒤지던 여론조사의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독한 네거티브 캠페인 덕분이었다. 공화당은 "믿을 만한 사람의 증언"을 근거로 듀카키스의 아내가 베트남전 때 성조기를 불태우고 다녔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리고 당시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죄수 윌리 호튼이 주말 휴가제도를 이용해 교도소 밖으로 나갔다가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는데, 부시 측은 이게 사형제를 반대하고 죄수들에게 휴가를 준 듀카키스 때문이라고 맹공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이 제도는 부시가 부통령이던 시절 공화당 행정부에서 허가한 제도였다.

이후 3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네거티브라는 유령은 여전히 정치를 배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김건희 녹취록'이 보도된 이후 여권 인사들은 자못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2의 최순실'이 분명하다고 보는데, 여론은 시큰둥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녹취는 오히려 그의 시원시원한 면모만 부각해준 꼴이 되었다.

며칠 전엔 일부 언론이 윤석열 후보가 건설업체로부터 십수 년간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김·곶감·멜론·정육 등이었는데 거기에 적혀 있던 '정육'이 한우 세트는 아니었을 터, 인터넷에선 "명절이면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햄이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당 보도는 MBC '무한도전'의 콩트 코너였던 '무한상사'의 내용과 합성되어 웃음거리만 되고 말았다.

여권 정치인들은 벌써 생태탕의 기억을 잊은 것 같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 생태탕집 주인 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요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쳤다. 선거 내내 비전보다 생태탕에 집착한 여권 정치인들의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피로감과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생떼탕'이라는 조롱을 받아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심에 눈감은 결과는 처참했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억까(억지 까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다. 국민의 인식 수준은 높아졌고, 그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진 이유에서다. 그런 상황에서 내로남불, 침소봉대, 아전인수가 기본인 억지 네거티브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억지 부리는 사람을 보면 진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지 않는가.

이 자명한 사실을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과 당내 강성 지지층들은 모르는 것 같다. 자기들끼리 모인 단톡방에서 상대를 향한 비아냥으로 웃음꽃을 피운다. "김건희가 최순실보다 무서운 사람"이라며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게 갈라파고스가 된 정당의 생태계는 세상과 동떨어진다. 경선이었다면 이런 전략이 일정 부분 유효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선이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이참에 나도 민주당에 승리를 위한 '비단 주머니'를 건네드리고 싶다. 끼리끼리 모여서 전략과 메시지를 구상하지 마시라. 거리로 나가시라. 그리고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시라. 물론 이건 첫걸음일 뿐이다. 그러나 이 조건이 갖춰지면, 비로소 작은 희망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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