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K-좀비물 역사에 한 획 그을까

'지금 우리 학교는'이 K-좀비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28일 공개됐다. 이 드라마는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는다. 동명의 웹툰을 시리즈화한 작품이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선보였던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 '추노', 영화 '7급 공무원'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천성일 작가가 극본을 담당했다. 앞서 '부산행' '반도' '#살아있다' 등의 작품들이 K-좀비물 열풍을 일으킨 상황 속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감독은 지난 26일 진행된 제작발표회를 찾아 "여러 좀비물들이 있는데 대부분 성인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는'은 폐쇄된 공간에서 성숙하지 못하고 사회화되지 못한 젊은 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학생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였을 때 하는 선택들을 지켜보는 게 재밌으면서 의미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좀비 안무의 디테일, 인물들이 좀비가 되기 전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다는 점이 이 드라마가 지닌 독특함이라고도 했다.

어떤 내용일까

'지금 우리 학교는'은 12부작이다. 공개에 앞서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취재진에게 1~3화를 선보였다. 작품은 진수(이민구)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또래에게 얻어맞다 다른 사람이 된 듯 갑자기 난폭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됐다. 학생들은 진수의 아버지인 과학 선생님 병찬(김병철)에게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며 수군거렸다.

한 여학생은 병찬의 실험실에서 쥐에 물렸고, 이상 반응을 보이더니 좀비가 됐다. 이후 학교, 병원 등 곳곳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 온조(박지후) 청산(윤찬영) 남라(조이현) 수혁(로몬) 등은 힘을 합쳐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때로는 농담을 주고받았고, 때로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을 했다.

제작진의 특별한 노력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야말로 '잘 만든 좀비물'이다. 주연 배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은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출연 당시 "'지금 우리 학교는'이 '오징어 게임'의 기록을 넘을 듯하냐"는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기존의 좀비물들과 비교해도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좀비 바이러스를 맞닥뜨린 10대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행동 유형을 담아냈고, 학교 폭력의 심각성까지 보여줬다.

실감 나는 연출에는 제작진의 특별한 노력이 녹아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측은 4층 규모의 학교 세트장을 지었다. 이 감독은 "좀비물에서는 공간이 중요하더라. 90~100m 정도 되는 학교 하나가 스튜디오 안에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봐도 놀랄 정도였다"고 밝혔다. 무시무시한 외양의 좀비들은 교실, 운동장, 급식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학생들을 위협했다. 좀비물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할 신선함이었다.

일부 선공개됐던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극 초반에 인물들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수혁이 비교적 강한 캐릭터이긴 하나, 그의 활약이 통쾌함을 선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소리만 지르는 나연(이유미)도 걸크러시 매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이틴 좀비 서바이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이 '오징어 게임'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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