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日 사도광산과 '사실의 무게'

강구열 2022. 1. 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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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철강, 조선, 탄광 관련 시설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당시 일본 대표의 말은 이랬다.

일본 정부가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사실이 얼마 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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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철강, 조선, 탄광 관련 시설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당시 일본 대표의 말은 이랬다.

“몇몇 시설에서 1940년대 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았다.”
강구열 국제부 기자
이런 사실을 알리고,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등재에 성공하자 해당 발언을 즉각 부정했고,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는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가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사실이 얼마 전 알려졌다. 군함도와 마찬가지로 일제가 벌인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강제노역의 현장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 정부가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를 두고 우익성향의 일부 정치인, 언론 등이 추천을 압박하고 나섰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한국이) 역사전을 걸어오는 상황에서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압박은 주효했던 모양이다. 28일 일본 정부는 당초 방침을 바꿔 사도광산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날의 결정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이어진 사도광산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을 보면 일본은 ‘사실’에 무지하거나, 외면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왜곡하려 한다는 점이 새삼 분명해진다. 강점기 말 일제는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법’, ‘노무동원계획’ 등을 만들었다. 한 조사는 이로 인한 피해를 1939∼1945년 72만5000여명으로 추산했다. 1965년 체결한 한일협정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징용, 징병, 학도병,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끌려간 한국인 숫자를 103만여명으로 상정했다.

한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냐고 강변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으나 일본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가 지켜보는 유네스코 회의에서 군함도 등에서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한 점, 사도광산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에 대해 “에도시대(1603∼1867) 유산”이라고 애써 강조하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쨌거나 일본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올리는데 나서기로 했고, 아베의 말마따나 유네스코를 무대로 ‘역사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주목할 것은 ‘사실의 무게’가 가진 엄중함이다. 감추거나 외면한다고, 혹은 왜곡한다고 해도 실체를 드러내고 현실적 힘을 발휘한다. 군함도 등을 두고 마음에도 없는 사과와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또 사도광산의 역사를 에도시대로 한정하는 ‘꼼수’를 부려야 하는 것은 일본이 사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일제가 침략전쟁에 나선 뒤 사도광산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벌인 일들이 인간의 존엄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사실이다. 몇몇 피해국들이 가진 반일감정을 넘어 세계시민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적 인권에 대한 도전이자 무참한 결과였다. 그래서 집요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들을 발굴 및 보호하자는 세계유산에 사도광산이 가당키나 한가?”

강구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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